조합장은 왜 돈을 빌렸나?

음성농협 조합장, 직원 20여명에게 2억8천여만원 빌려 … 도덕성 논란에 신뢰 잃는 농협

  • 입력 2019.04.14 18:00
  • 수정 2019.04.15 09:34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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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충북 음성농협의 반채광 조합장(57)이 직원들로부터 수억원대의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조합장이 왜 자신이 운영하는 농협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금융기관도 아닌 직원들에게 돈을 빌렸는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어서다.

문제가 드러난 건 음성농협 조합원 A씨가 지난 4일 연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A씨에 의하면 반 조합장은 지난해 음성농협의 한 직원에게 1,400만원을 빌리며 제3자의 명의로 받았고, 선거 이후 부인 명의의 계좌를 통해 상환했다. 이 직원은 현재 지역의 다른 농협으로 전직됐다.

반 조합장에게 돈을 빌려준 직원은 이 직원을 포함해 20여명이고, 1,400만원을 기준으로 금액이 많고 적을 순 있지만 대략적으로 2억8,000만원 가량을 빌려준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직원은 조합장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4,000만원에 달하는 대출까지 받았다고 한다. 반 조합장은 선거 이후 빌린 돈을 상환했지만 일부 직원은 돌려 받지 못했다. 돈을 빌려준 직원 중 일부가 승진했다는 의혹도 있다.

반 조합장과 직원 사이의 대출 의혹을 공개한 A씨는 10일엔 반 조합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사금융 알선 등의 죄)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조합장과 직원은 수직적 관계로 인사권 등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조합장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을 시 발생할 불이익을 감안할 때 강제성이 없다고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의혹이 있는 금융(대출)과 그 쓰임새에 대해 사정기관이 살펴볼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여러 의혹에 대해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에도 문의했지만 개인 간의 거래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을 전달받았을 뿐”이라며 “직원에게 돈을 빌린 조합장도 문제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농협중앙회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A씨에 의하면 한 현직 이사는 반 조합장에게 1억원을 빌려주고 다달이 이자로 1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농민 조합원들은 “반 조합장이 직원들에게 돈을 빌린 것은 법적인 문제까지야 알 수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농협이나 조합장이 신뢰를 잃으면 농협이라는 큰 배를 몰고 가는 데 있어 그 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여러 의혹에 대해 반 조합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 돈을 빌린 적 없다”라며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명확히 얘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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