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장내 미생물이 주는 보답
[길벗 따라 생활건강] 장내 미생물이 주는 보답
  •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 승인 2019.04.07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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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식사를 마칠 때 우리의 기분은 상승되어 집니다. 그런데 이 상승된 기분이 정말 온전히 우리 자신만의 기분일까요? 장내 미생물 연구자에 따르면 이 기분 가운데 일부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 몸속 장내 미생물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기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장내 미생물의 반응과 그들의 생성 물질은 예상외로 우리 뇌에까지 영향을 미쳐 우리가 느끼는 기분은 물론 우울증이나 치매에도, 그리고 아이들의 자폐증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이 작은 미생물들의 존재를 무시하고는 우리가 건강하게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들은 또한 그 숫자도 엄청나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보다도 많아 약 40조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크기는 우리 세포보다 훨씬 작아서 총 무게는 몇 백 g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배설하는 대변의 약 1/3은 이 미생물들의 무게가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이들이 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것을 선택할 때엔 내가 먹고 싶은 것만 찾아 먹을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미생물들의 식성도 고려해 줘야 우리 몸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장내 미생물이 좋아하는 음식들엔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은 대체로 우리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먹던 식단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재료들입니다. 바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나물과 각종 야채나 과일류는 모두, 우리 장 안에서 셋방을 산다고 볼 수 있는 미생물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세입자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제공받게 되면 우리를 위해 꼭 보답을 하곤 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몸에 보약이나 다름없는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이 짧은 사슬 지방산이란 바로 초산(Acetic acid)이나 부티르산(Butyric acid) 같은 그 길이가 짧은 지방산들로서, 이런 지방산은 우리 몸에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더 중요한 역할은 바로 우리 몸의 염증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이들 지방산은 우리 장을 튼튼하게 보호함은 물론 면역계가 엉뚱하게 우리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면역체계를 안정화하여 자가면역질환을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서 지방의 축적을 막아 비만을 억제하는 역할까지 하여 주고 있으니, 이들 세입자들이야말로 기적의 약을 제조하는 제약업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끼니때마다 첫 숟가락을 뜨기 전에 우리가 먼저 생각하여야 할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생각하지 말고 내 장 안의 미생물이 먹을 음식이 무엇인지도 고민하면서 드시길 권고해 드리는 바입니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식사는 언젠가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가면역질환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미국 스탠퍼드 의대의 마이클 스나이더 박사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아토피 피부염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농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바로 농촌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들이 아이들의 면역체계를 훈련시켜 오히려 항균제에 둘러싸인 도시아이들보다 훨씬 더 바람직한 면역체계를 발달시키게 되고, 그 결과 아토피 등 각종 자가면역질환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의 삶도 서로를 배려하고 돕는 상생이 우리의 삶을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윤택하게 하듯이 우리 몸도 우리 몸에 들어와 사는 미생물들의 삶을 생각해 줄 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으며 상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농촌에서 문명의 혜택은 조금 덜 받을지 모르지만 자연이 주는 혜택은 도시보다 훨씬 값지다는 소식을, 새 봄을 맞아 더욱 몸이 바빠진 농부님들께 희소식으로 전해드리며, 봄나물이 많이 나는 요즘 풍부한 식이섬유를 장내 미생물에게 제공하여 미생물들로부터 건강의 보답을 꼭 받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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