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만드는 국회의원, 농지법으로 경자유전 비웃다

의원 소유 토지, 일반인 15배·공직자 2.1배 ‘최고’
농지법상 비농민 농지소유 허용, 경자유전 훼손 ‘심각’
농지취득에 공문서 위조까지 부끄러운 민낯 드러나

  • 입력 2019.04.07 18:00
  • 수정 2019.04.08 09:2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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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국회의원들의 농지소유 실태가 일간지에 보도돼 충격을 주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33%이며,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들이 소유한 토지가 일반 국민의 15배, 행정·사법부 공직자의 2.1배나 된다. 농지가 비농민 소유가 되면서 농민들의 60% 임차농이 된 현실을 국회가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3일자 국회의원들의 토지 소유 실태를 탐사보도하면서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면적이 64만6,706㎡(약 20만평),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다”고 농지가 부동산이 되고 재테크의 수단이 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정부직 공무원 등 공직자 재산등록 내용을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1인당(배우자 소유 포함) 평균 1만4,908.67㎡(4,518평)의 토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 1인당 소유 토지 300.6평의 15배에 해당하며, 행정·사법부 공직자 소유 토지 2,093평의 2.1배에 이르는 면적이라고 확인했다.

농지를 가장 많이 소유한 의원은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시·군 단위로 3곳 이상 지역에 토지를 보유한 의원은 16명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철민·변재일·유동수·이학영·전해철 의원, 자유한국당 강석호·박덕흠·이완영·이채익·장석춘·정우택·조훈현·최교일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여기에 속한다.

지난 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체 의원의 17.7%인 53명이 농지를 매입했으며, 헌법 121조 경자유전의 원칙이 있지만 수많은 의원들이 농지가 개발되길 기다리며 ‘휴경’ 중이라고 확인보도했다. 사진은 제주 들녘. 한승호 기자
지난 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체 의원의 17.7%인 53명이 농지를 매입했으며, 헌법 121조 경자유전의 원칙이 있지만 수많은 의원들이 농지가 개발되길 기다리며 ‘휴경’ 중이라고 확인보도했다. 사진은 제주 들녘. 한승호 기자

 

한겨레는 특히 ‘농지’에 주목했다. 전체 의원의 17.7%인 53명이 농지를 매입했으며, 헌법 121조 경자유전의 원칙이 있지만 수많은 의원들이 농지가 개발되길 기다리며 ‘휴경’ 중이라고 확인보도했다. 농지법에 따르면 공직 취임 이후에는 소작농을 둘 수 있지만 의원 당선 이전부터 불법 소작농을 통해 관리한 농지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의원들이 농사를 스스로 짓겠다는 허위 기록을 통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얻은 것도 심각한 공문서 위조 행위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법안을 만들고 심사하는 의원들의 농지소유 행태는 농지법 위반, 공문서 위조 등 불법으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의 이같은 보도에 농심은 들끓고 있다.

박형대 민중당 전남도당위원장은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근거가 너무 많은 농지법의 무기력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농지법 개정을 통해 농지소유 상한을 폐지했고, 상속을 비롯한 여러 조건을 달아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앞장서 열어뒀다. 헌법의 경자유전의 가치를 무너뜨린 장본인들이 국회의원인 셈”이라며 “이번 보도를 통해 알려진 국회의원들은 아마도 상속농지 등 법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농지를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농사 목적이기보다는 재산증식이 가장 큰 농지소유 이유일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국회의원의 농지소유가 이 정도면 일반인들의 불법·편법 농지소유는 오죽하겠나”면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갖고 있는 것은 헌법 유린이다. 농민들에게 땅을 사용하도록 되돌려 줘야 하고 농지법을 완전히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동천 홍익대 법대 교수는 “국회의원들의 33%만 농지를 소유했을까 의문이다. 실제 자료는 없지만 도시근교 농지의 90%는 비농민이 소유했을 것으로 본다.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필요한데, 우선 농지전용부담금을 현실화 하자는 것이다. 농민이든 비농민이든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해야 가치가 올라간다. 이때 농지전용부담금이 공시지가 기준이다 보니 부담액수가 실제 시세 대비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를 쓰고 농지를 소유하면 언젠가는 막대한 이익이 생기는 구조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불법 용도변경한 농지에 대해 현재는 원상복구, 불법건축물의 경우 철거명령 등을 할 수 있는데 원상복구가 불가한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 최소한의 조치로 농지처분 명령이 추가 신설돼야 한다. 아울러 농민이 정당한 사유 없이 휴경할 경우 농지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똑같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휴경하는 비농민의 농지는 처분 명령이 없는 것도 맹점이다.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일정 기간을 두고 비농민의 농지에도 처분 명령을 내리는 것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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