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운영 개편, 현장연구 강화로 농업 100년의 기틀 다질 것”

[인터뷰]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 입력 2019.04.0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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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식량정책관, 기획조정실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친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농업에 대한 깊은 혜안을 갖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취임과 동시에 힘 있는 목소리로 조직 혁신을 강조한 김 청장에 농촌진흥청이라는 기관의 변화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취임 100일을 넘긴 김 청장을 만나 앞으로의 기관 운영 및 중점 연구 추진 방향 등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대담 심증식 편집국장·정리 장수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이한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관 및 조직운영을 개선해 농업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현장기술 수요를 발굴하고 해결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관 및 조직운영을 개선해 농업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현장기술 수요를 발굴하고 해결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시무식 대신 ‘열린 발표회’로 시작한 올해,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과학과 기술은 더 나은 미래 농업을 만드는 핵심 열쇠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열정과 결의에서 시작한다.’

본청 1층 현관에 적힌 글귀다. 처음 봤을 때 유명한 학자의 명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 직원들이 수원에서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 내려올 때 공모를 통해 만든 말이었다.

글귀처럼 과학과 기술은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검증이 안 된 과학과 기술은 오류를 범하기도 쉽지만, 앞서 나아가기 위해선 위험 부담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농진청 연구 인력이 하고 싶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 기관운영 및 조직문화 혁신이 선제돼야 한다.

올해 통상적인 시무식 대신 개최한 ‘새해맞이 조직발전 열린 발표회’에서 직원들이 제안한 내용을 과제화해 조직운영과 기관혁신 동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관 및 조직운영을 개선함으로써 농업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현장기술 수요를 발굴·해결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덧붙여 농진청이라는 기관이 지닌 구조상의 고질적 문제가 바로 연구와 행정이다. 연구사업의 기획·운영 및 평가를 담당하는 연구행정은 행정만 아는 사람은 할 수 없는 분야다. 하지만 연구행정을 위해 연구직 대부분이 하던 연구를 그만 두고 행정에 몰두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간 연구부서 연구직 중 기관 추천을 받아 행정직을 충원했으나 올해부턴 연구행정을 희망하는 연구직을 직접 공모할 예정이다. 이에 연구 분야에서 장기간 근무를 희망하는 경우 지속적으로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어 더욱 우수한 성과가 창출될 수 있을 거라 전망한다.

 

취임과 동시에 R&D 성과 및 평가체제 개편을 선포했다.

우리나라 R&D 성공률이 90% 이상이다. 농촌진흥청의 성과도 그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전 세계적으로 연구 성공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수치로 따지면 5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R&D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안전한 연구만 고집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전부 다 성공할 R&D라면 굳이 그걸 왜 하겠나. 대부분 도전적인 과제를 기획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 연구 성과와 평가를 분리하는 제도를 만들 생각이다.

현행 구조상 연구 개발 결과가 성과 평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소속 연구사, 연구관들이 혁신적인 기획을 내놓기 어렵다. 앞으로 과제를 기획하고 선정할 때 어렵고 성공 확률도 적지만 객관적으로 도전적이고 혁신적이라고 판단되면, 연구 추진과정의 노력까지 고려해 최종평가점수에 반영하거나 평가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매해 국정감사를 통해 ‘연구를 위한 연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론 농촌진흥청 소속 연구 인력이 박사라는 우월적인 입장에서 현장 애로사항 해결 및 기술 보급에 나설 게 아니라 오히려 농촌 현장에서 배울만한 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는 재야의 고수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최근 다녀온 금산 농업현장에선 상식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현실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걸 체감했다. 오물처리시설을 지하에 갖추고 1층서 종계를 방사해 키우는 동시에 2층 유리온실에서 작물을 재배 중이었는데, 색다른 점은 2층 온실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온실을 패널로 가리는 게 납득하기 어렵지만, 남향으로 온실을 지어놓고 그 위에 패널을 설치하니 여름엔 직사광선을 막아 온도 유지에 도움이 되고 태양이 낮게 뜨는 겨울엔 채광의 도움으로 온도 유지가 수월하다고 했다.

또 기술 보급 차원에선 농진청이 육종한 품종과 개발한 재배 기술이 현장 농민에게 잘 전달되도록 현장수요자 중심의 R&D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현장 전문가 참여 확대 및 연구과제 관리제도 도입을 생각 중인데, 과제 기획부터 농산업 현장 전문가 참여율을 50%까지 확대하고, 현장명예연구·지도관과 지역담당관 등을 활용해 영농 실용화 기술 중심의 과제를 발굴·추진한단 계획이다.

 

최근 이상기상 및 농업 피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변화는 현재 세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온난화가 가속화되며 2100년 전국 대부분이 아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상저온과 태풍, 한파·대설, 우박 및 폭염 등 피해를 주는 이상기상 유형도 다양해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농진청에서는 재해 예측정보 수혜자를 확대하고 신속한 기술지원 실시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SNS 발송 대상을 기존 3만4,000명에서 올해 160만명 이상으로 확대해 기상특보 및 대처요령을 신속히 전파하고, 이상기상 피해 사전 대응을 위한 조기경보서비스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관련 연구 과제를 발굴해 이상기상 사전·즉시·사후 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품종 육종과 열대·아열대 작물의 적응성 평가 및 재배기술 확립 등 현장 애로 해결에도 나설 방침이다.

 

아끼바리, 고시히까리 등 일본벼 품종을 국산으로 대체할 계획이 있는지?

고시히까리의 경우 다수확 품종도 아니면서 도복과 도열병에 약하다. 단지 밥맛이 좋다는 이유로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주요 보급 품종 중 하나로 선정을 했고, 우리나라도 정식으로 해당 품종을 들여와 등록을 했다. 현재 아끼바리와 함께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데다 국내 쌀 생산면적의 10% 내외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앞으로 5년 이내에 아끼바리와 고시히까리 재배 면적을 상업적으로 의미 없는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농가에 강제로 못 심게 할 순 없다. 해당 품종을 심는다고 불이익을 줄 순 없으니 특혜도 주지 말자는 거다.

정부 보급종 목록과 정부 공공 비축에서 제외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농가에서 아끼바리와 고시히까리를 심고 싶다면 자가 채종하면 된다. 물론 농진청은 좋은 품종을 더 많이 개발·보급해 농민의 선택폭을 넓혀야 한다.

 

여성농민을 위한 연구협의체,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여성농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및 유대·협조 강화를 위해 지난 3월 ‘여성농민 연구협의체’를 조성했다. 협의체는 중앙·지방 행정분야 및 공공기관, 단체, 학계 등 관계 전문가 약 40명으로 구성됐으며, 협의체 실무단에서는 구체적 운영방안과 중장기협의사항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여성농민 단체 등 현장 목소리 반영을 위해 오는 6월경에는 여성농민 복지 강화 방안 등을 주제로 한 현장토론회를 계획 중이다. 또 여성농민 연구 강화를 위해 인력 보강 및 예산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인력 증원을 위해 소관부처와 협의를 지속 진행 중이며, 여성농민 지위 및 복지 향상, 후계인력 확보 등의 연구를 위한 예산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후 여성농민을 위한 연구의 큰 틀을 마련하고 직업적 복지를 강화하는 데 방점을 두려 한다. 관련 전문가 단기 연구용역으로 여성농민 중심의 사회적 경제모델 개발 등 방향설정 연구를 시행하고, 새로운 가족경영협약 모델과 매뉴얼 개발 등 복지강화 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취임 기간 동안 역점을 둘 분야가 있다면?

농촌 현장을 다녀보니 시설 비닐 품질에 대한 농민들의 건의사항이 상당했다. 우리나라가 석유 화학 분야에선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만이 있다는 걸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에 업체 컨소시엄 등을 조직해 품질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따져볼 생각이다. 농기자재의 경우 농진청이 직접 연구·개발에 나선다기 보다, 품질 기준 검증 등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소소하게 몇 가지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작은 거인의 기적’이다. 최근 기능적 측면에서의 미생물발효연구센터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발효의 특성상 매번 같은 실험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고, 관련 분야 역시 미생물과 식품, 유전자원 등 다양하고 청에서도 그 역할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합해 미생물 산업을 활성화하고 국가적 차원의 산업 기반으로 육성하려 한다.

김경규 농진청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본지 심증식 편집국장과 대담하고 있다.
김경규 농진청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본지 심증식 편집국장과 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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