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축산물, 원인은 최종 판매처에 있다

[ 생산에서 가치로, 축산 패러다임 전환을 ] 풍요 속의 빈곤, 축산이 위태롭다 ③

축산물 유통비용률 40%는 기본 … 소매단계에서만 30% 육박

  • 입력 2019.04.07 18:00
  • 수정 2019.04.07 20:54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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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축산은 농업 총생산액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양적 성장을 거뒀다. 그러나 규모화를 통한 급속성장은 여러 방면에서 부작용을 드러냈다. 저마다 위기의 양상은 다르지만 정부부터 현장농가까지 근본적 변화를 미룰 수 없다는 인식엔 이견이 없다. <한국농정>은 ‘생산에서 가치로’ 축산정책의 방향 전환부터 이뤄져야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리라 본다. 편집자 주

Ⅰ. 풍요 속의 빈곤, 축산이 위태롭다

Ⅱ. 흔들리는 축산, 이정표가 필요하다

Ⅲ. 축산을 지켜야 밥상주권 지킨다

산지가격과 연동성이 없는 축산물 소비자가격은 축산업계 대표 난제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산지-소비지의 가격 연동성을 향상하겠다며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통해 유통단계 축소 계획을 발표했지만 업계로부터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유통단계 축소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한우는 대표적인 ‘비싼 축산물’이다. 한우의 소비 부진, 자급률 하락의 원인도 결국 수입육보다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원장 백종호, 축평원)이 매년 발간하는 조사보고서 ‘축산물 유통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1+ 등급 등심의 소비자가격은 100g을 기준으로 정육점에서는 9,183원,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9,364원인 데 비해 대형마트에서는 1만607원, 백화점에서는 1만6,732원을 형성한다. 정육점과 백화점의 가격차는 2배에 가깝다.

또 정육점의 유통비용률은 41.8%, 대형마트의 유통비용률은 53.1%다. 축평원이 말하는 유통비용률은 포장재비, 운송비, 상·하차비, 계근비, 발골·정형비, 감모비 등 직접비와 임차료, 정보통신비, 수도광열비, 감가상각비 등 간접비, 업체의 이윤을 포함하고 있다.

더욱 체감하기 쉽게 유통단계별 거래가격으로 보면, 한우농가가 860만원 가량을 정산 받는 소 1마리는 도매단계를 거쳐 백화점에서 2,600만원 가량에 판매가 된다. 대형마트에서는 1,800만원, 정육점에서는 1,400만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계란과 돼지고기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계란의 유통비용률은 대형마트 52.7%, 슈퍼마켓 52.3%로 생산자 수취율보다 높았다. 단계별 유통비용률도 출하단계 5.8%, 도매단계 18.2%, 소매단계 27.2%로 유통비용의 소매단계 집중도가 높았다. 돼지고기도 대형마트의 유통비용률은 46.9%로 가장 높았고 정육점도 40%를 상회했다. 소매단계의 유통비용률은 25.6%로 출하단계 1.3%, 도매단계 17.3% 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이를 통해 축산물 유통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집중되는 곳은 소매단계인 최종 판매처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비싼 축산물 가격을 산지가격과의 연동성을 위해서는 최종 판매단계에서 열쇠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우 업계관계자는 “정부는 생산비를 절감하고 유통단계를 축소하라는데 생산비도 유통단계도 더 이상 줄일 게 없다. 결국은 최종 판매처의 문제인데 기업자본이 직접 투자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나”라며 “지금으로서는 소비자에게 유통비용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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