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야~ 논갈러 가즈아!

  • 입력 2019.04.01 00:00
  • 기자명 전용중(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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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중(경기 여주)
전용중(경기 여주)

오늘(지난달 21일, 편집자)은 춘분(春分)입니다.

이름대로만 하면 본격적인 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기의 순서대로 보면 봄의 시작은 입춘(立春)이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되기 시작하는 절기는 우수(雨水), 땅 속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지나야 드디어 춘분입니다. 입춘에서 시작해서 45일이 지나야 비로소 봄이 되는 것입니다.

춘분이 되면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고 본격적인 논갈이를 시작합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바뀌는 시절이다 보니 음양의 조화는 바람을 많이 일어나게 하고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부려 농사꾼들을 긴장시킵니다. 이른바 ‘꽃샘추위’입니다.

춘분날에 진행된 전국농민회총연맹 중앙위원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올 상반기 주요사업을 결심하는 자리였지만 특히나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결의한 통일트랙터 품앗이 사업의 출발을 선포하는 자리였습니다.

춘분을 맞아 먼지가 쌓인 쟁기의 먼지를 털며 마음은 벌써 논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을 옛날 농사꾼이 된 기분입니다. 겨우내 살이 오른 황소의 엉덩이를 긁어주면서 “누렁아, 올해도 많이 도와주라, 내 맘 알지야?”.

기나긴 겨울.

외세에 의한 분단과 전쟁의 시간이 70년을 넘었습니다. 수십만이 끌려가고, 수백만이 죽어 나갔습니다. 가족은 헤어져 만나지 못하고, 이웃끼리도 의심하고 형제끼리도 돌아서게 만듭니다. 노동자가 뭉치기만 해도, 농민들이 쌀개방 반대를 외쳐도, 빈민들이 생존권을 부르짖으며 죽어가도 분단의 시대에는 그저 ‘빨갱이’ 하나로 조져버리고 맙니다. 인권, 평등, 연대, 자유. 그 어느 것 하나도 상시적 전쟁의 협박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장준하 선생은 “모든 통일은 선이다”라고 하셨습니다. 혹자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지난 70년 세월을 지나오면서 겪은 모든 고통의 근원에 ‘분단’이 자리하고 있고, 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어떤 문제도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장선생의 말씀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동의할 것입니다.

분단의 문제를 바로보지 못하면 언 땅에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전농이 이 춘분날에 쟁기의 먼지를 털고 황소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는 설레임으로 분단의 동토를 갈아엎을 통일 논갈이를 시작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음양이 바뀌는 춘분의 꽃샘추위가 지랄맞듯이 분단이 평화와 통일로 바뀌는 시절의 우여곡절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겨울이 오는 봄을 시샘하듯 분단의 주범들과 분단에 기생하여 살던 놈들에게 다가오는 통일의 봄이 얼마나 두렵겠습니까?

이제 설레임으로 갑시다.

해방소식을 들은 독립운동가들이 “야~ 집에 가자!” 하듯이 우리도 힘차게 소리치며 갑시다. “야~ 논갈러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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