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불안, 시장경쟁에 급식 맡긴 인천시 책임 커

eaT 도입 뒤 일부 대규모 급식업체 간 저가 경쟁 입찰 심화
“일부 업체, ‘유령업체’ 통해 입찰률 높이려는 시도도”

  • 입력 2019.04.01 00:00
  • 수정 2019.04.02 09:5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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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쌀 저가입찰’ 문제로 인천 친환경 쌀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친환경 쌀을 공적 영역에서 책임지지 않고 사실상 일부 유통업체 중심의 시장경쟁에 맡겨버린 인천시정의 책임이 크다. 시민사회와 인천시의 협의에 따라 만들기로 한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아직 제대로 세워지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인천시 친환경 쌀의 학교급식 연평균 공급가격은 인근지역인 경기도 김포·파주시 대비 85% 수준에 그쳤다. 김포·파주시의 친환경 쌀(유기농·무농약 평균)이 80kg 한 가마당 26만원을 기록한 데 비해 인천 친환경 쌀은 22만254원에 그쳤다. 지난해 6월 최저가격이 19만6,000원을 기록하는 등 한 가마당 20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인천 친환경 쌀을 취급하는 일부 유통업체들의 과도한 저가 경쟁 입찰이 부른 결과다. 인천시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농가와 수의계약을 맺어 쌀을 공급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일부 학교에서 급식비리 문제가 발생하면서 수의계약 대신 전자입찰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전자입찰시스템(eaT)을 운용 중이다.

eaT 시스템을 도입한 데는 각종 급식비리 방지 및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급식참여 부적격업체 사전 배제 등의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비대면 전자입찰’ 성격인 eaT 시스템 도입은 친환경농가들의 계약생산·계약재배를 어렵게 했다. 학교급식 공급업체들은 eaT 체계하의 학교급식 낙찰가격을 예상해 수매가격을 결정하는데, 그 중 일부 메이저 급식업체들은 자사의 공급대상 학교를 더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쌀값을 내렸다.

해당 업체들은 저가 입찰 대상이 되는 친환경 쌀을 일반 잡곡쌀과 묶어 통합 입찰했다. 친환경 쌀 가격을 낮추는 대신 여타 잡곡쌀이나 기타 농산물의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이득을 취하는 게 이 업체들의 영업 방식이다.

현재 인천시 학교급식에 친환경 쌀을 공급하는 유통업체는 20군데 가량 된다. 안효민 인천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박동현, 인천친농연) 사무처장은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업체가 인천 친환경 쌀 물량의 50% 가까이 취급하고 있다”며 “인천시에서 전반적인 친환경 쌀 생산 및 수매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대형 급식업체들이 산지에 와서 쌀을 직접 매입해 간다. 이 급식업체들은 매년 가을마다 수매가격을 낮추고 있는데, 이는 저가 입찰 과정에서 자신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대형 급식업체들 중엔 ‘유령회사’를 만들어 저가 경쟁 입찰에 참여시키는 곳도 있다. 인천지역 급식업체 관계자 A씨는 “일부 급식업체에서 직원 명의로 세운 유령회사들을 친환경 쌀 저가입찰에 참여시켜 단가를 낮추는 식으로 입찰률을 높이려는 시도를 한다”며 “이런 유령업체들이 과도하게 들어서다 보니 경쟁은 심화되고 급식의 질은 저하됐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인천시의 책임이 크다는 게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안 사무처장은 “인천시는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를 수년 간 공언해 왔던 만큼, 지역 친환경농산물에 대해서도 공적영역에서 책임지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시는 시민사회와 약속했던 최소한의 약속인 급식지원센터 설립 의무마저 방기했고, 인천 친환경 쌀은 시장논리에 내맡겨져 제 값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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