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우표② 갑신정변·우정국·문위우표

  • 입력 2019.04.01 00:00
  • 기자명 이상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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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락 소설가
이상락 소설가

-야, 너, 우표 수집하는 사람들이 제일 비싸게 쳐주는 우리나라 우표가 뭔 줄 알아?

-당연히 알지. 국사시간에 배운 갑신정변 있잖아. 김옥균, 홍영식 이런 사람들이 일으킨.

-우표 얘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갑신정변이야?

-바보야, 갑신정변을 우정국 개통식인지 낙성식인지 하는 그 파티 장에서 일으켰는데, 그 때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가 등장했던 거야. 그런데, 갑신정변이 실패하는 바람에, 그 우표를 며칠 써먹지 못 하고 끝나버렸거든.

-그럼 그 때 발행한 우표 한 장만 가지고 있으면 큰 부자 되겠네?

-물론이지.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 사이에 오갔을 법한 얘기다. 우표의 역사와 관련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한 일반인들의 생각 또한 대개 이러하다. 하지만 우표수집 전문가인 김갑식 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상당부분 잘못된 지식이다.

“홍영식을 비롯한 개화파가 근대식 우편제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를 도안해서, 일본에서 인쇄를 해오기로 했어요. 그때 인쇄 의뢰한 우표는 국내용과 국제우편용 합해서 5종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내용 중에서도 5문짜리와 10문짜리만 먼저 도착해서 일시적으로 사용했지, 나머지는 써먹지도 못 했어요. 써먹을 겨를도 없었고….”

우정총국 개국 기념식장이 갑신정변의 거사 장소였다, 하지만 고종에게 근대우편제도의 도입을 주장해서 관철했던 홍영식 일행의 거사가 ‘3일천하’로 막을 내리는 바람에, 우편업무도 중단되고 말았다. 이 때 개화파가 일본 대장성에 인쇄를 의뢰했던 그 우표를 수집가들은 ‘문위우표(文位郵票)’라 부른다. 당시의 화폐단위가 문(文)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국내용으로 인쇄를 의뢰했던 우표 중에서 5문짜리와 10문짜리만 우정총국 개국 이전에 도착해서 단 20여 일 동안, 그것도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우편물에 일부 통용이 됐다. 뒷날 서울을 의미하는 <京>자와 인천을 나타내는 <仁>자의 도장이 찍힌 그 우표가 수집가들에 의해서 일부 발견되었다. 그렇지만 편지를 실제로 주고받았다는 것을 증명해 줄 봉투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 통용이 됐는지를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김갑식 씨의 견해다.

나도 소싯적에 여타의 또래 동무들처럼 예사롭지 않은 우표를 발견하면 그걸 달랑 떼서 수집노트에 끼워 간직했었다. 그런데 수집 전문가들은 우표 자체만으로는 가치가 덜하고, 그것을 사용했다는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봉투’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만일 갑신정변 그 어름에, 서울의 아무개가 인천의 아무개한테 보낸 편지의 봉투에 <京>자와 <仁>자가 찍힌 우정국의 우표가 붙어 있는, 그런 편지를 갖고 있다면…그 가치는 대단할 것이다. 그 시기에 서울이나 인천에 거주했던 조부모나 증조, 혹은 고조를 둔 독자라면 그분들이 사용하던 장롱 구석 등을 찬찬히 한 번 뒤적거려 볼 일이다.

그런데, 갑신정변 파동으로 우편업무 자체가 중단돼버린 상황에서, 애당초 국제우편용으로 주문했던 세 종류의 우표가 뒤늦게 일본으로부터 도착했다, 조정 대신들이 설왕설래했다.

-아니, 우정국인가 뭣인가 하는 것도 폐쇄돼 버리고, 우정업무 자체가 중단된 상황에서, 이제야 도착한 이 우표딱지들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

-쓸모가 없어진 이 우표들이야 폐기처분해 버리면 간단한 일이지만, 일본 대장성에서 우표 인쇄비를 당장 갚으라고 성화를 해대고 있는 게 문제 아닙니까.

-아이고, 대장성에서 청구한 인쇄비가 어마어마하던데, 그거 갚을 돈이 어딨습니까!

-그렇다고 우리 조정에서 일본대장성 인쇄국에 공식으로 주문을 한 것인데, 인쇄비를 안 갚고 넘어갈 재주도 없잖습니까.

-허허, 이거 참, 낭패로군 그래.

자,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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