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제 개편, 여전한 정부 주도 일방통행”

전남도의회 농촌발전연구회·전농 광전연맹 공동 토론회 개최
전남농민들 “농민과 소통해야 농정개혁 출발 목적도 이룬다”

  • 입력 2019.04.01 00: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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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전남도의회 농촌발전연구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지난달 27일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농민 중심의 직불제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남도의회 농촌발전연구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지난달 27일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농민 중심의 직불제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 농식품부)가 내년 시행을 계획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 개편에 농민과 소통해야 한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주도 일방통행식 직불제 개편안은 필요한 예산확보의 난항에 농심까지 얻지 못하고 있는 진퇴양난 형국이다.

전남도의회 농촌발전연구회(회장 김성일 전남도의원)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의장 권용식, 광전연맹)은 지난달 27일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농업인 중심 직불제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공익형 직불제 개편 방향을 주제발표한 김원일 농식품부 농가소득안정추진단장은 △쌀과 대농에 집중된 현행 직불제 한계 △농업의 공익적 역할 미흡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 등 2005년 직불제 설계 당시와 달라진 환경 변화로 불거진 개선점을 바탕으로 “중소농가의 소득안정, 공익성 등이 직불제 개편의 주안점이다”고 밝혔다. 다만 “소농과 대농의 기준면적, 기본소득 개념의 직불금 등은 가장 중요한 예산문제가 확정되면 구체화 될 수 있다”거나 “변동직불제 폐지에 대한 가격안정 대책 역시 논의 중이다”고 구체적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특히 “4월 중 직불제 개편이 국회에서 합의될 것으로 본다. 이후에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티에프에서 세부방안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권용식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권용식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예산만 충분히 확보되면 현행 직불제 보다 나아진다는 낙관론을 편 정부 발표에 농민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무진 전농 광전연맹 정책위원장은 농민 중심 직불제 개편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과연 정부가 추진하는 공익형 직불제 개편이 옳은 방향인가”를 물었다. 변동직불제를 폐지한다면서 쌀값안정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대농들이 직불금의 대부분을 수령한다고 문제 삼는데 과연 정부가 몰고 온 대규모 정책을 힘겹게 따라온 농민들이 잘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2016년도 통계를 보면 7ha 이상 경작 시 월 334만원 번다. 부부 두 사람의 소득이니 한 사람으로 나누면 절반이 소득이라는 계산이다. 나 또한 7ha 농사를 짓는다. 정부 말대로 7ha 이상 농가들이 직불금을 다 가져간다는데, 과연 우리는 호의호식하는지 묻고 싶다. 통계숫자로 재단한 농정현실의 한계다”고 쓴소리를 더했다.

이어 “정부는 직불제를 개편해서 농민한테 얼마 더 주겠다는 데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농정개편까지 함께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변동직불제 폐지 대안으로 쌀 시장자동격리제 법안을 내밀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쌀부터 공공수급제를 도입하고 주요 농산물로 이를 확대하는 방안과 공공비축미의 전량을 농협과 계약재배를 제도화 하는 등의 확실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처럼 농민과 담을 쌓는다거나 정부와 대립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된다. 소통하고 차이점을 극복하면서 한국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이번 직불제 개편의 성과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이후 본지 심증식 편집국장이 좌장으로 토론을 이끌었다. 이날 지정토론자에는 △이보라미 전남도의회 의원 △곽홍섭 전남도 친환경농업과 식량생산팀장 △이재갑 한국쌀전업농연합회 전남연합회장 △정학철 화순 농민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보라미 의원은 “농식품부 계획으로 앞으로 8개월 후에 공익형 직불제가 시작되는데 오늘 전남서 한 토론회가 첫 자리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라면서 “농민이 소외되지 않도록 4월 출범하는 농특위에서라도 공론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순 농민 정학철씨는 “정부 주도의 직불제 개편 본질은 부담스런 변동직불제 폐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직불제 개편의 본질은 농정개혁에 있다는 점을 다시 뚜렷이 하자. 그러면 농산물 가격보장, 농가소득 보장이라는 원론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려면 이전의 쌀 수매제로 돌아가거나 공공수급제라는 안정장치로 대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지켜보던 전남지역 농민들은 때론 답답한 한숨을, 때론 박수를 치며 발표내용에 귀 기울였다. 이날 무안군 운남면에서 참석한 농민 이덕한(65) 씨는 “45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국장이 바뀔 때마다 농정이 변하고 있다. 직불제 개편하려면 읍면동 시군단위 공청회 열고 농민입장을 듣고 개편하라”고 뼈있는 충고를 남겼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김성일 전남도의회 농촌발전연구회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김성일 전남도의회 농촌발전연구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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