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끌고’ 행정이 ‘밀고’ … 민관 협력의 정수, 유성 푸드플랜
민간이 ‘끌고’ 행정이 ‘밀고’ … 민관 협력의 정수, 유성 푸드플랜
  • 권순창 기자
  • 승인 2019.04.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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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플랜 선도지자체 탐방 ④
대전 유성구(도시형)

생산부터 폐기까지, 먹거리의 전 순환과정을 공적인 영역에서 보장하려는 ‘푸드플랜’이 바야흐로 전국적으로 태동하고 있다. 지역푸드플랜은 농업 생산기반을 다지고 지역내 다양한 문제를 해소할 획기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2월 농식품부 지원사업에 선정된 푸드플랜 선도지자체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하며 푸드플랜의 가치와 미래를 가늠해본다.

 

시민활동가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일궈낸 유성구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다양한 사회적경제활동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생산자들의 사진이 걸린 뒤편으로 소비자들이 로컬푸드를 구입하는 모습이 보인다.
시민활동가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일궈낸 유성구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다양한 사회적경제활동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생산자들의 사진이 걸린 뒤편으로 소비자들이 로컬푸드를 구입하는 모습이 보인다.

푸드플랜을 구축·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민간의 참여다. 먹거리와 관련된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시민들이 직접 인식하고 풀어나가는 게 푸드플랜의 본질이다. 대전 유성구(구청장 정용래)의 푸드플랜은 민간이 단순한 관심을 넘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행정이 이를 받치는, 전국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민관 협력 모델을 자랑한다.

사실 도시지역은 푸드플랜 구축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다. 푸드플랜의 시작점이 되는 농업 생산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농업과 먹거리 문제를 공유하고 의제화하는 것 자체가 힘들뿐더러 농식품부의 각종 사업 지원대상에서도 우선순위가 한참 뒤로 밀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행히 대전은 활발한 생협운동과 함께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이 발달한 도시다.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와 참여를 바탕으로 일찍이 2010년대 초부터 로컬푸드 운동이 불붙었고 현재 대전시내 4개, 세종시에 1개 직매장이 성업하고 있다. 로컬푸드를 이끌어온 품앗이생협이 중심이 돼 2017년 9월엔 30개 시민·농민단체가 참여한 ‘대전푸드플랜네트워크’가 발족했고, 현재 이 조직이 유성구 푸드플랜의 정책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유성구는 민간의 동력을 바탕으로 도시의 핸디캡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대부분의 푸드플랜이 먹거리 생산·유통·소비의 문제를 중시하는 반면 유성구는 ‘공동체’와 ‘돌봄’의 모델 확산에 좀더 집중하고 있다. 농식품부 지원을 받기 힘든 탓에 노동부·기재부 지원사업으로 마을공동체사업·청년창업지원을 진행했고, 그 결실로 로컬푸드와 연계한 다양한 사회적경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노인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직접 배송하는 ‘열린부뚜막’은 노인 건강돌봄 사업과도 밀접하게 연계되며, 맞벌이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식당’은 시범사업만으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로컬푸드를 발판으로 사회적경제가 역동하고, 활발한 사회적경제가 로컬푸드를 굳건히 다지는 선순환의 양상이다.

홍은영 대전푸드플랜네트워크 사무처장은 “로컬푸드 직매장을 단순한 상설판매장이 아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푸드플랜 관련 모든 활동의 연결지점이 여기다. 추후 다양한 사업을 엮어 소셜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유성푸드통합지원센터에서 로컬푸드 물류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달 26일 유성푸드통합지원센터에서 로컬푸드 물류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대전시내 농업경영체 등록 농가 수는 5,000여호지만 실경작자는 1,000호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농가 수가 적은 만큼 관내 농가조직화는 비교적 수월하다. 유성구에선 로컬푸드 참여 농가를 중심으로 이미 어느정도 기획생산이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엔 품질기준 강화도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관건은 관외 농가 조직화다. 생산보다 소비가 월등히 많은 도시형 푸드플랜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선 주변 농촌지역의 협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말하면 하나의 도시플랜이 여러 농촌지역의 생산기반을 보장하는 것이다. 유성구는 현재 공주·옥천·영동·금산 등 인근 시군과 꾸준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관외 농가의 조직화와 작부체계 정비가 결코 수월할 리 없다. 공주시와의 협력이 최근 다소간의 진전을 보이는 정도다. 임경옥 유성구 먹거리자치팀 주무관은 “지역 생산자들을 고려함과 동시에 나머지 공급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이 있다. 도시는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고 농촌은 생산자를 조직화한 다음 공동으로 식재료 기준 등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아직 주변 지자체들의 준비가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성구의 푸드플랜은 생산·공급체계 구축보다 오히려 시스템이 앞서가고 있는 독특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푸드플랜을 통해 벌써 공동체와 사회복지의 영역에까지 발을 들이며 시각에 따라선 가장 완성도 높은 푸드플랜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공급량이 확보되면 매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성구가 주변 농촌지역으로 뻗은 손길을 이제는 농촌지역들이 잡아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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