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종속되는 축산농가, 계열화 출구는?

[ 생산에서 가치로, 축산 패러다임 전환을 ] 풍요 속의 빈곤, 축산이 위태롭다 ②
전후방산업 포진한 기업 등쌀에 고심 … 수직계열화 외 대안 찾아야

  • 입력 2019.03.24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축산은 농업 총생산액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양적 성장을 거뒀다. 그러나 규모화를 통한 급속성장은 여러 방면에서 부작용을 드러냈다. 저마다 위기의 양상은 다르지만 정부부터 현장농가까지 근본적 변화를 미룰 수 없다는 인식엔 이견이 없다. <한국농정>은 ‘생산에서 가치로’ 축산정책의 방향 전환부터 이뤄져야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리라 본다. 편집자 주

Ⅰ. 풍요 속의 빈곤, 축산이 위태롭다

Ⅱ. 흔들리는 축산, 이정표가 필요하다

Ⅲ. 축산을 지켜야 밥상주권 지킨다


기업자본이 전후방산업을 통해 축산농가를 종속해 온 수직계열화 과정은 오랜 병폐로 지목돼왔다. 여기에 정부는 대형유통주체를 통한 규모화·효율화를 내세우면서 더욱 계열화를 가속하고 있다. 수직계열화 이외의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되지만 험난한 진로가 예상된다.

한돈분야에선 최근 가격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축산기업이 직영농장을 늘리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해 12월 “기업자본이 경영이 어려운 농장의 매수를 시도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며 농장 매입시도 중단을 경고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전방산업인 사료업체의 계열화사업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만난 한 한돈농가는 “이전엔 지역축협 사료를 구매했는데 지역축협은 사료업체처럼 여신이 나오지 않는다. 자금확보를 해야하니 사료업체와 계약하고 출하물량 전체를 해당업체가 지정한 도축장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북지역에선 3만두 규모의 농장이 손을 들었다는 얘길 들었다”고 귀띔했다.

후방산업에선 대형패커를 앞세운 계열화 추진이 구상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전 정부때부터 유통비용 절감 등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해오고 있다. 거점도축장을 민간패커로 육성해 유통단계를 축소하겠다는 내용이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거점도축장 20개소 지정을 완료하고 어떻게 육성할지 고민하고 있다. 선진국은 도축장이 농가를 관리하는데 국내 도축업은 아직 임도축 수준에 머물러 있어 계열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점도축장을 지정할 때에도 자체가공물량을 중요하게 봤다는 후문이다.

양돈농협들도 패커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자본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민간패커는 품목조합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자본조달이 용이한데다 직영농장까지 보유하면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낙농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낙농진흥회가 올해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초과원유가격을 리터당 100원에서 국제분유가 수준으로 상향하면서 원유감산 압박은 다소 누그러졌다. 그러나 유업체가 백색시유에서 수입 유제품으로 사업의 무게추를 급격히 옮기면서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유업체는 지난해부터 열린 낙농제도개선 소위원회에서 원유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 등을 요구하면서 기존에 합의했던 원유가격연동제를 대체하려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푸드플랜 차원에서 학교급식을 통해 백색시유 소비를 늘리는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유업체들도 유가공시장에서 국산원유 사용을 어느 정도 할건지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계열화가 상당히 진행된 가금분야에선 종계 품목의 축산계열화사업법 포함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농식품부는 2차 축산계열화사업 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계열화사업의 공정거래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나 종계농가들은 계열화사업 참여에 적잖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연진희 대한양계협회 종계부화위원장은 “육계의 사례를 보면 농가의 사육주권을 계열업체에 뺏기는 결과가 우려된다. 더 논의를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반대다”라며 “시장의 다양성이 보장돼야지 정부의 획일적인 틀에 종계를 넣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주 건국대 명예교수는 “미국 역시 계열업체의 횡포가 심해 정부에 거래내역을 보고하게 하고 주기적으로 청문회를 열어 생산자 대표에게 현장사정을 듣는다. 이 청문회 참석자는 일체 비밀에 붙인다”면서 “우선 공정성을 직접 관리하는 정부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 수직계열화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협동조합을 통한 사업모델을 강구하는 게 최선이라 본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