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위한 ‘과정 중심’ 농업으로

‘친환경농업 가치 재정립에 따른 인증제도 개선 방향’ 국회 토론회 열려

  • 입력 2019.03.24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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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환경농업 가치 재정립에 따른 인증제도 개선 방향 국회 토론회' 참석자들은 ‘생태보전'과 ‘농업 지속가능성'이라는 친환경농업의 원래 목표가 복원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환경농업 가치 재정립에 따른 인증제도 개선 방향 국회 토론회' 참석자들은 ‘생태보전'과 ‘농업 지속가능성'이라는 친환경농업의 원래 목표가 복원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승호 기자

‘생태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 친환경농업의 원래 목표다. 잔류농약량 조사와 ‘안전한 먹거리 공급’ 중심으로 매겨졌던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원래 취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친환경농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도 일정 정도 동의한다.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환경농업 가치 재정립에 따른 인증제도 개선 방향’ 국회 토론회는 그 ‘과정 중심 인증제’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토론하는 장이었다.

기후변화 시대, 유기농이 대안

정만철 농촌과자치연구소 소장(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 아시아 지부 이사)은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가 극심해지는 지금 시대에서 유기농업이 큰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유기농업이 “국제연합(UN)이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분야의 발전목표에 모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을 내렸는데, 그 중에서도 “건강·성평등·깨끗한 물·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지구온난화 방지·수중생태계·육지생태계·목표달성을 위한 파트너십 등에 크게 기여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기농업이 확대되는 가장 큰 요인도 유기농업의 이러한 지속가능성·생태보전 성격에 있다. 그럼에도 유독 국내에선 유기농업을 포함한 친환경농업의 목적이 ‘안전한, 또는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에 방점이 찍혔다는 게 정 소장의 지적이었다. 정 소장은 2017년 인도 세계유기농대회 참석 뒤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대회 중 열린 토론회에서 유기농의 주요 가치를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생산’이라 이야기한 사람은 딱 한 사람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성평등, 공동체 활성화, 생물다양성 확대 등의 매우 다양한 가치를 이야기했다. 먹거리 안전성·건강성 이외에도 유기농업이 갖는 수많은 가치의 다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 소장은 이어 유기농업이 가진 많은 기능들 중에서도 생물다양성 강화, 토양보전, 기후변화 대응 등의 가치를 입증하는 여러 사례를 제시했다.

그 중 토양보전 측면을 자세히 보자. 미국 워싱턴주에서 밀 재배 유기농지 320ha와 관행농지 525ha를 대상으로 1948~1985년에 40년 가까운 긴 세월의 농지상태 변화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토양층 깊이의 경우 유기농지 표토층 39.8cm, 관행농지 표토층 36.7cm, 유기농지 작물재배층 55.6cm, 관행농지 작물재배층 39.8cm를 기록했다. 토양표토 유실 깊이의 경우 유기농지는 5cm밖에 유실되지 않은 데 비해 관행농지는 21cm가 유실됐다. 토양유실량은 유기농지 연간 8.3톤/ha, 관행농지 연간 31.5톤/ha를 기록해, 관행농지가 유기농지에 비해 훨씬 토양유실도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토양수분 함량도 유기농지 15.5%, 관행농지 9%로 유기농지가 더 높았다.

정 소장은 이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유기농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12%는 농업 부문의 배출량”이라며 “유기농업은 녹비작물 재배나 윤작, 농산물 잔사, 유기질비료나 가축분뇨 퇴비의 토양 투입으로 관행농업 대비 토양 축적 유기탄소량이 크게 증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농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2~2014년 기준 1ha당 12.41탄소톤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 소장은 “다원적 가치 중심의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게 절실한데, 그러기 위해선 우선 현재 ‘물질 중심의 인증’을 ‘과정 중심’ 인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필지·품목 인증을 필지인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객관적 규명을 위한 연구가 국내에서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과정 올바르면 유기농 가치 인정해야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이 주장한 바의 핵심은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잔류농약이 검출되더라도 생산과정이 올바르다면 유기농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 소장은 우리나라 전체 유기농산물의 6%에서 잔류농약이 검출(2015~2017년 기준)된다는 조사결과를 거론한 뒤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14~2016년 기준 14%, 미국의 경우 2002년 기준 23%의 유기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잔류농약 검출량은 오히려 낮다. 비교 준거를 ‘유기농산물 잔류농약 0’으로 삼을지, EU와 미국의 잔류농약 검출량으로 삼을지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즈> 지는 2002년 5월 8일자 기사에서 위 ‘유기농산물 잔류농약 검출율 23%’ 내용에 대해 “관행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율 73%에 비해 훨씬 낮은 검출율을 보였다”며 “농약 노출을 줄이고 싶다면 유기농산물을 먹어라”는 결론을 냈다. 친환경농산물의 비의도적 잔류농약 혼입을 갖고 일방적으로 친환경농업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국내 언론의 보도태도와 차이를 보인다.

유 소장은 이어 친환경농민들이 행정처분을 받은 원인 및 잔류농약 검출 원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행정처분당한 농민의 73.2%는 ‘살포하지 않았음에도 잔류농약이 검출’됐단 이유로 인증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당했다. 또한 잔류농약 검출 원인의 39.5%는 ‘이웃 농가가 뿌린 농약 비산’, 34.9%는 ‘농약이 검출됐지만 그 원인 규명 불가’라 답했다고 한다.

유 소장은 ‘과정 중심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로서 △유기적 생산과정을 통한 지속적 잔류농약 감축 및 미래의 잔류농약 위험성 제거 △건강한 농업생태계에서 생산한 건강한 식품의 구입 기회 확대 △조건불리지역에서의 유기적 생산과정 지속 △잔류농약검사 비용 절감 △건강한 농업생태계 조성 통한 지속가능한 농업체계 구축 등의 이유를 들었다.

‘과정 중심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해선 △시험분석의 효율적 활용 △법령 개정 △심사원 교육·훈련 강화 △농식품 전문 인정기구 설립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유 소장의 입장이다. 즉 시험분석 방법을 유지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친환경농사 기간이 짧은 농가에 대해 비용·시간·자원을 집중함과 함께, 농업생태계 및 오염 위험도를 평가해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 추적심사와 시험분석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과정 중심 심사를 지도·감독할 수 있는 전문적 인정기구 육성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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