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비상임이 아닙니다

비상임조합장 사실상 ‘상임’인 곳 많아
2016년 농협법 개정 시도했으나 실패
농식품부 “가급적 연임 제한 필요”

  • 입력 2019.03.24 18:00
  • 수정 2019.03.24 20:2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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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박경철 기자]

현행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에선 자산규모가 2,500억원이 넘는 조합은 그 조합장을 의무적으로 비상임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 대신 조합원이 아닌 상임이사를 둬 신용사업을 담당하게 한다.

본래 취지는 규모화가 진행된 단위농협의 업무를 분리해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조합장에게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상임조합장이 여전히 제왕적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많은 농협에서 관찰되고 있다.

관악농협의 사례에서 비춰지듯, 사실상 상임조합장이라고 볼 수 있는 조합장 출신의 많은 비상임조합장들이 다선의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조합장은 연임이 2회로 제한됐지만, 상임조합장만 해당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어 비상임조합장은 연임의 제한이 없다.

축소된 권한을 고려해 연임의 길을 열어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임조합장 임기를 마친 후에도 계속 실질적인 상임조합장직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비상임조합장을 선출하고선 농협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상임이사를 공석으로 두고 있는 농협들이 적지 않다.

서충주농협은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불과 1년 앞둔 2018년 2월 조합장을 비상임직으로 두기 위해 무리하게 정관을 바꾸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서충주농협 조합장은 5선 경력으로 상임조합장으로는 선거 출마가 불가능했다.

지역 농민단체들이 자산규모가 2,500억원을 넘지 않는 농협이 정관을 바꾸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며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무산됐는데, 현직 상임조합장들에게 비상임직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다.

국회는 지난 2016년 농협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가결했지만, 농민들로부터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던 비상임직 조합장은 거의 건드리지 못했다. 개정안 원안에는 연임에 비상임조합장 예외를 두는 단서조항이 빠져 있었고, 정부는 비상임조합장의 업무권한을 줄이는 안을 내놨으나 둘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외석 농협중앙회 회원종합지원부 팀장은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지도는 가능하나 법을 어겨가며 지도를 할 수 없다”며 “조합장들이 제도 개선 차원에서 다선 문제를 거론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가능하지만 선거가 막 끝난 시점에서 이 문제를 논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윤채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사무관은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이 없는데 따른) 일반적으로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폐단이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고 저희도 많이 듣고 있다”라며 “다만 ‘농협이 자율적 조직인데 법·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게 맞나’라는 반론도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실제로 조합장 임기와 관련돼 있어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선출보다 더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무관은 “가급적이면 연임 제한이 필요하지만 몇 선까지 허용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회에 개정안이 올라와 있고, 국회 차원의 공론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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