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가치,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리겠다”

[인터뷰] 현애자 언니네텃밭 운영위원장

  • 입력 2019.03.23 13:58
  • 수정 2019.03.24 20:3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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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생태농업의 산물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언니네텃밭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오는 28일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는 현애자 운영위원장을 만나 언니네텃밭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해 물었다. 

 

 

언니네텃밭 10주년이다. 그간 ‘언니’들은 어떤 길을 걸어왔나.

10년 전에 언니네텃밭을 시작할 때, 이것은 우리에게 일종의 ‘이론’과 같았다. 쏟아지는 수입농산물과 생산효율 위주의 농정 속에 농민이 계속 줄고, 도저히 소농이 먹고 살 수 없는 현실이 닥치면서 농민은 곧 자연사할 거란 불안감이 팽배하던 시절이었다. 2년간 토론하며 농민운동만으로는 완전한 대처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방법’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언니네텃밭이다.

수입농산물, 그리고 대량 생산되는 관행농산물과 차별을 둘 수 있는 농산물을 찾다보니 결국 보인 것이 텃밭이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있었고, 텃밭은 여성농민이 주관하는 생산수단이기도 하지만 본래 가족, 이웃과 나눠먹으려는 의도로 농사를 짓는다는 점에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그래서 텃밭은 보통 300평 규모, 커도 보통 500평을 넘지 않는다. 1,000평이 넘어가면 사실상 관행 농업으로 볼 소지가 있어 지양하고 있다. 단품목 대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고 제초제를 쓰지 않는다는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사실 도시민들은 ‘텃밭’이라는 공간에서 곧바로 먹거리 안전성을 떠올리기 어렵다. 아무래도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이들에게 당장 와 닿는 친환경, 유기농 인증 마크와 경쟁해야 하는데.

그렇잖아도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평가토론회를 했고,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 텃밭의 개념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홍보사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5년 전만해도 스마트폰을 쓰는 방법조차 잘 몰랐던 언니들이 지금은 제법 SNS도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스스로의 힘만으론 한계가 명확해 전문인력을 준비 중이다.

요즘 도시 소비자들은 집에서 모든 걸 받아보고 또 간략하게 바로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을 원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실정에 살고 있다. 돌아서면 일이니까. 그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이에 맞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주력상품, ‘꾸러미’의 특징은 무엇인가.

언니네텃밭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는 사실 상품의 선택권이 거의 없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식재료를 보내주는 지역 정도다. 소비자를 배정받은 공동체에서는 주기마다 제철 채소와 농가공식품이 담긴 ‘꾸러미’를 보내는데, 소비자들로부터 이 판매 기준을 바꿀 것을 굉장히 많이 요구 받았다. 예를 들면 반찬용의 식재료만을 요구한다거나. 과일 꾸러미를 이야기한다거나. 꾸러미 안의 농산물을 소비자가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니네텃밭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과 비아캄페시나가 주장하는 식량주권 운동과 공동체 중심의 생태농업을 지향하며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사업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과일꾸러미는 과일의 주산지가 전부 달라 중앙으로 모아 포장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 또 요구에 맞춰 특정 품목을 쫓다보면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생태농업적 생산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된다.

그래도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요구를 반영한 것이 요리용 식재료만으로 구성된 ‘요리뚝딱 꾸러미’나 ‘1인 꾸러미’ 같은 상품이다. 어쨌든 생태농업을 지향하고 제철채소를 보낸다는 원칙이 반영된 꾸러미만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생산에 참여하는 언니들에게 언니네텃밭은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보통 생산자 한 명이 최소 열 명의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상황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그 정도가 되면 일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만큼 많진 않지만, 어쨌든 ‘작은 텃밭’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소득이 된다. 텃밭을 통해 여성농민에게 지속가능한 농업을 제시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상주봉강공동체 같은 경우 많은 소비자들과 관계를 맺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보통 하나의 공동체엔 보통 6~7명, 많으면 10명의 언니들이 소속돼 꾸러미를 준비한다. 아직 소득이 밑돌고 있는 공동체도 있지만, 언니들은 서로를 각별히 생각하며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소속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한다. 식량주권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이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지금 농민들은 기업 자본에 손을 대지 않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종자, 농자재 등 농사에 필요한 모든 것이 그들의 영역에 있다. 우리는 여기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농업을 보장하는 ‘독립적인 영역’, 즉 농민과 소비자만이 존재하는 영역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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