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농민권리선언 채택, ‘그 후’를 고민하다

윤병선 교수 “선언에 담긴 가치, 현장·정책에 이식해야”
농민권리선언 포럼, 6월 12일 국회서 첫 공식활동 예고

  • 입력 2019.03.24 18:00
  • 수정 2019.03.24 20:2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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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엔 농민권리선언 포럼 준비모임에서 윤병선 건국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엔 농민권리선언 포럼 준비모임에서 윤병선 건국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에서 ‘농민과 농촌노동자들의 권리선언(농민권리선언)’이 최종 채택된 가운데 비아캄페시나 소속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을 중심으로 한국 농업에도 농민권리선언의 가치를 확산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일 국회에서 ‘유엔 농민권리선언 포럼(포럼)’ 준비모임이 열려 향후 활동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는 포럼 발족에 공감하면서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활동해 온 농민운동조직 활동가를 비롯해 농업과 먹거리 관련 시민단체 활동가, 인권운동 활동가, 연구자, 교수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끈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포럼을 제안하며 “연구자로서 항상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농민들이 만들어낸 변화를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데 대한 미안함이 컸다”면서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확대되면서 전 세계 소농들이 직면한 어려움이 식량주권운동으로 구체화 되는 과정에서 농민권리선언이 나왔고, 전농과 전여농이 적극 결합해 성과를 이뤄낸 게 지난 12월 유엔에서 농민권리선언 최종 채택이다. 이제 이를 확대하는 실천적 책무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앞서 2월 11일 사전모임에서 오늘 발족식을 갖고자 했으나 조금 시간을 더 갖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고 덧붙였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ICC)은 유엔 선언 채택 이후의 동향에 대해 “비아는 유엔 농민권리선언에 대해 농업개혁과 농민권리 쟁취에 대한 투쟁의 무기가 생겼다고 자평한다. 인도네시아 농민단체인 SPI가 처음 농민권리선언을 제안했다. 유엔 최종 채택을 기념해 인도네시아에서는 6월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 차원의 행사가 열릴 것이란 말을 들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농민권리선언 투쟁도, 유엔 채택 소식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엔 정부의 소극적 행태가 한몫 했다고 보는데, 이제는 널리 알려내면서 한국의 법과 제도에 농민권리 취지를 이식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영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은 제네바 인권연구소의 ‘유엔 농민권리선언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향후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행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농민권리선언의 선행 사례로 꼽히는 유엔 원주민권리선언 이행사례를 통해 진행 과정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교육·의식향상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특히 농민권리선언 채택 이후 모든 국가들이 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절차를 밟고 지역과 국제기구의 충분한 지원을 바탕으로 농민과 농촌노동자들이 유의미하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권고를 전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농민권리선언이 국내에서 보다 널리 퍼지는 방안을 고민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농민권리선언이 담고 있는 가치를 중앙·지방정부의 정책으로 견인해 내고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진행돼 온 식량주권운동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을 하는데 포럼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포럼 발족을 위한 준비모임에는 윤병선 건국대 교수,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 ICC 외에도 김기형 전농 사무총장, 박미정 전여농 경남연합 정책위원장, 강성중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 한도숙 전농 고문,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송원규 부소장, 조영지·진주 녀름 상임연구원, 정신영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박정경수 녹색당 전국사무처장, 심증식 본지 편집국장 등이 함께 했다.

유엔 농민권리선언 포럼은 오는 6월 12일 국회에서 임원 선임 등 발족식과 토론회 등을 열며 첫 활동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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