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 함께 늙는 농협

조합원 40% 70대 이상 … “변화 일어나기 어려워”

  • 입력 2019.03.24 18:00
  • 수정 2019.03.27 18:1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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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특히 농촌은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농협도 늙고 있다. 농협의 노령화 또한 지역농협 개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조합원 현황’에 따르면 60세가 넘는 고령의 조합원 수는 전체(219만4,141명)의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 조합원만 따져도 전체의 약 40%에 해당한다. 반면 최근 5년 간의 신규가입자는 39만6,172명이었는데, 신규가입자들 중에서도 60대 이상 노년층이 42.68%의 비중을 차지했다. 박 의원은 “농협은 조합원 고령화 현상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농협의 지속가능성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합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자들의 연령은 60대 이상이 56.7%였다.

조합원 고령화는 많은 농협들의 존폐를 위협하는 요소다. 또 단기적으론 농협들의 경직된 자세에 일조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5년 12월 발간한 ‘농축협 고령화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고령 조합원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혹은 현금성 환원을 위한 재원 확보를 목표로 경제사업 활성화 보다는 신용위주의 수익사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령 조합원이 높은 농축협의 경우 농협에 대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적어 농협 경영에 무관심하게 되거나 방관자로 전락한다”라며 “조합원의 의사 개진 및 감시 기능의 저하로 직원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직원 주도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적었다.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는데도 불구하고 다선에 쉽게 성공하는 조합장이 많아지는 것도 결국 조합원의 고령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령 조합원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선 사업방향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반면 상대적으로 농협의 운영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여러모로 현직 조합장, 특히 농협 직원 출신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실제로 농협 조합장 당선자 1,105명 중 현직 조합장은 643명(58.2%)이고, 직원 출신도 195명(17.6%)이다. 현직 조합장과 직원 출신 조합장 당선 비율은 무려 75.8%에 달한다.

안성 지역의 한 조합원은 “현직 조합장은 자신이 사업으로 제공하는 건강검진 현장에 가서 인사만 해도 선거운동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현재의 선거운동 방법은 현직 조합장에게 매우 유리한 구조로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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