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돈선거로 굳어진 조직 관리 혁신해야

지역농협 바로 서야 중앙회도 제구실 … 전문가들 “농협 개혁 주체 형성이 관건”

  • 입력 2019.03.24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지난 13일 일제히 치러진 가운데 충남 당진시 고대농협 경제사업장에 마련된 고대면투표소에서 농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한승호 기자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지난 13일 일제히 치러진 가운데 충남 당진시 고대농협 경제사업장에 마련된 고대면투표소에서 농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한승호 기자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선거운동 확대, 공정선거, 무자격조합원 정비 등의 과제를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지역농협 개혁은 가장 큰 숙제로 확인됐다. 선거를 기점으로 지역농협이 안고 있는 주요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부상한 까닭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돈선거로 굳어진 구태의연한 조직 관리다. 선거 전후로 조합원이나 대의원을 대상으로 금품 살포나 향응 제공이 난무한 것은 주요 사례 중 하나다. 후보자들은 선거에 앞서 명절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양주나 과일상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지역사회 내에서 비공식 혹은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금품선거의 정형화도 문제지만 이 같은 행태는 공식적으로도 이뤄진다. 연말 결산 이후 농협에서 조합원들에게 돌리는 다양한 선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선거를 앞두고 언론 보도를 통해 몇몇 농협에서 조합장이 임직원과 함께 선진지 견학으로 포장한 채 여성을 동원한 관광에 나서거나 해외 원정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는 조합장이 임직원 및 대의원, 조합원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조합장선거가 금품선거로 치러지는 뿌리를 쫓다보면 이·감사 등 임원선거의 문제도 확인할 수 있다. 조합장선거에 앞서 치러진 한 농협의 임원선거에서 대의원들에게 수억원의 금품을 살포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임원선거의 경우 농협 자체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려 치러지다보니 복마전이나 다름없고, 문제가 불거져도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이런 사례들은 선거를 계기로 공론화됐지만 농촌 현장에선 입 밖으로 내뱉지만 않을 뿐 알음알음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들이다. 금품을 살포한 이·감사 등 임원이나 조합장은 당선되더라도 결국 본전 생각에 곳간을 빼먹을 궁리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금품선거가 악순환 될 수밖에 없는 농협의 조직관리 문화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진 지금의 농협을 만든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농민조합원들의 자성 속에 이번 선거에선 지난 선거보다 금품선거 분위기가 다소 수그러들었다는 점이다.

지역농협 개혁을 위해선 무엇보다 문제가 된 조직 관리를 혁신해야 한다. 농협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개혁 주체 형성이 관건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는 “농협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고 개혁 주체도 부족한 까닭”이라며 “농협 개혁 주체 형성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는 “당선 조합장들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 현실 속에서 농협의 비전이나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며 “지역농협이 바로 서야 농협중앙회도 제구실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1월이면 농협중앙회장 선출 선거가 예정돼 있다. 돈선거로 점철된 지역농협의 조직 관리가 회장선거에서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농협 개혁 주체 형성이 시급한 이유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