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70] 첫 투표

  • 입력 2019.03.24 17:55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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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첫 입학, 첫 출근 등 ‘첫’자가 들어가면 누구에게나 기념이 되고 남다르게 느껴진다. 지난 13일엔 조합장 선거가 있었는데 내게는 첫 투표일이었다. 나는 그날 하필 서울에서 오후 3시가 다 돼 일정이 끝나는 바람에 투표 마감시간인 5시까지 양양에 도착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 했다. 속으로 왜 투표마감이 공무원 퇴근시간인 6시가 아니고 5시까지인지 모르겠다고 혼자 투덜댔다. 그러면서도 처음으로 하는 조합장선거에 투표한다는 설렘은 그 어떤 선거 때 보다 컸다.

잘하면 5시 이전에 도착할 수도 있겠다 싶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내리 달렸다. 과속단속에 걸릴 각오로 엄청 달려 투표장인 강현면 복지회관에 도착했을 때가 마감 3분 전이었다. 투표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더니 투표하는 조합원은 한 분도 안계셨고 선거 관리위원인 강선리 이장님과 어르신 몇 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지역에서는 관심이 가장 많은 선거이니 조합원들은 이미 오전에 거의 투표를 마치셨다고 한다. 그러니 5시에 마감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이해됐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도지사 선거, 시장·군수 선거, 도의원ㆍ시군의원 선거, 총장 선거 등 무수히 많은 선거를 겪었고 투표도 해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소속돼 있는 강현농협의 조합장 선거에는 꼭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처음 해보는 조합장 선거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조합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어떤 선거 때보다 간절했기 때문이리라. 세 분 중 한 분은 현 조합장이고 두 분은 모두 농민단체장과 농협 대의원을 거치신 농민분들이었다. 선거결과는 현 조합장이 재선에 성공해 강현농협을 또다시 4년을 이끌어 가게 됐다. 당선된 분께는 축하를 드리고 낙선한 분들께는 위로를 드린다.

농협은 조합원들이 주인이기 때문에 조합의 일꾼을 조합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잘 하면 재선시킬 수도 있고 못하면 바꿀 수도 있다. 이것이 협동조합 정신에도 맞고 민주적이다. 만약 조합장을 조합원 투표가 아니라 조합의 대의원들이 모여 뽑는다면 그것은 민주적이라 할 수 없다. 음밀한 거래나 부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의 민주주의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역조합장은 조합원 모두의 직접 선거에 의해서 뽑는데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장 대의원들이 모여 뽑는 간접 선거 방식을 아직도 채택하고 있다. 국민들의 대표인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뽑듯이 조합원들의 대표인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원들이 직접 뽑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민이 뽑은 시장·군수들이나 도지사들이 모여 대통령을 뽑지 않듯이 조합장 대의원들이 모여 중앙회장을 뽑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다. 중앙회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기 때문에 편법과 야합과 부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이 장충체육관에서 지지자들을 모아 놓고 스스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역사의 비극이 자꾸 연상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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