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통일트랙터 1차 봉기

  • 입력 2019.03.24 18:00
  • 기자명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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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세기의 핵 담판’은 ‘세계적 줄행랑’으로 끝났다. 외교적 결례는 차치하고 성급히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자국으로 도망가는 미국 대통령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한반도 통일의 당사자로서 실망스럽고 황당하다. 미국은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았다. 미국은 다만 북의 제안을 거절하는데 급급했다.

미국은 이미 실무단계에서 검토된 내용을 북미정상회담 막판 ‘강도적 요구’를 들이밀며 합의사항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미국이 말하는 일괄타결 방식은 내용상 선 핵 폐기이다. 이는 싱가폴 정상회담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과 맺은 핵 협정을 파기했다. 리비아와의 핵 협정을 파기하고 급기야 가다피를 제거한 전력이 있다. 북과 합의한 9.19 공동성명과 제네바 합의를 파탄낸 건 추가 의혹을 제기한 미국이었다. ‘말로 떡을 치면 조선 팔도 인민이 먹고도 남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미국은 말로는 다 하는 척 하더니 정작 행동이 필요한 때는 꽁무니를 빼고 도망쳤다. 이것이 이번 합의서 서명 무산의 본질이다.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은 미국의 ‘기이한 협상 태도’를 꼬집었다. 북을 여섯 차례나 방북한 폼페이오까지 협상 불발에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협상지속여부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시기는 당장 알 수 없다. 다만 방향은 정해져 있다. 불신과 고통을 인내하면서 우리 민족이 가야 할 길은 평화와 번영, 통일이다. 남북은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선언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면적인 교류를 통해 번영의 시대를 앞당기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철도 착공식을 하고도 공사는 시작도 못했으며 정부 고위관료가 북을 방문할 시 군용기를 타고 가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아무 대가 없이 재개하자는 북의 제안은 아직 유효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발전의 부속물이 아니며 오히려 동력이다’고 말했다. 지당한 말이다. 북미관계가 교착국면에 있을 때 평화와 번영, 통일의 당사자로서 문재인정부는 자주적 입장을 가지고 전면적인 남북교류에 나서야 한다. 판문점 선언 1조 1항에 명시된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민족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주의 원칙을 견지하지 않으면 또 다시 미국의 ‘허락’만을 구걸하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문재인정부는 미국과 국내 보수 세력의 치마폭에서 벗어나 촛불 민심의 뜻에 따라야 한다.

전농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통일트랙터 품앗이 사업을 힘있게 진행시키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30여대의 트랙터를 마련했다. 초등학생은 통일저금통으로, 어르신들은 마을별로 통일 쌈짓돈을 모았다. 농민회원들은 쌀을 내고 공무원들은 십시일반 운동에 동참했다. 통일쌀, 통일떡, 통일밥집으로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통일트랙터 투쟁은 2018년 평창통일문화제의 성과를 계승하고 시대를 개척한 전봉준 투쟁단의 정신을 계승하는 투쟁이다. 1998년 소떼가 넘은 그 길을 20년 후 전농이 넘겠다는 것이다. 품앗이는 우리 민족 고유의 자주적 협업 방식이다. 불리한 영농환경과 자연조건을 이기기 위한 슬기로운 방식이며 여기엔 재산의 많고 적음, 남녀노소의 차별이 없었다. 세상 어느 법에 품앗이를 금하는 법이 있을 수 있는가. ‘품앗이를 한다는데 대북제재 웬 말이냐’ 우리는 세계 언론에 대고 이렇게 외칠 것이다. 전농은 품앗이를 찬성하는 전 국민과 연대할 것이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그러나 사회는 사람들의 의식적이며 조직적인 노력으로 전진한다. 큰 강이 한 방울의 낙수에서 시작되듯이 역사 발전의 동력도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각과 실천으로 시작된다. 통일트랙터가 분단의 철벽을 뚫는 일점이 될 것이다. 농민들은 통일 종자가 되기 위해 이 길에 나선 것이다. 대북제재와 평화·번영이 같이 갈 수 없고, 반북 반공 선동으로 정치 생명을 연명하는 박근혜 세력과 통일 세력은 한 배에 올라탈 수 없다. 통일트랙터 사업은 반북수구세력을 갈아엎는 투쟁이며 새 시대 통일 씨앗을 뿌리는 건설 사업이다.

‘가자 통일트랙터야 분단의 선을 넘자.’ 이제 행동이다. 통일트랙터는 전봉준 투쟁단처럼 1차, 2차, 3차 봉기로 통일 염원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곧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이다. 1차 봉기날로 맞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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