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연쇄적 가격폭락 사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 입력 2019.03.18 09:18
  • 기자명 김호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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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단국대 교수

노지채소 가격폭락 사태는 예고된 것이었다. 우리농업을 둘러 싼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농산물시장 완전개방과 기후변화를 든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배추와 무 가격 파동을 시작으로 양배추, 시금치, 애호박, 대파, 양파 등의 가격이 연이어 폭락했다.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농산물일수록 공급량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폭은 크다. 그만큼 공급량 관리가 중요하다. 이런 품목들의 공급량 관리를 위해서는 국내 생산량 뿐 아니라 수입량의 추세도 늘 체크해야 한다. 또 지구온난화 추세에 대비해 품종의 관리와 생산량 증가 가능성을 예측해야 한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농민들은 대체작목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소득이 좀 된다는 몇몇 품목으로 몰리는 까닭에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연쇄적인 가격폭락 사태가 이미 시작된 듯하다. 최근 소득 작목으로 각광을 받았던 아로니아의 폐원사태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더구나 쌀 대신 시설채소의 생산량이 증가될 경우에 어떤 품목이 과잉 생산될 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와 지자체, 생산자조직이 참여하는 가격안정보장제도를 마련해 생산과 유통의 관리를 일체화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생산과 유통을 하나의 체계 속에서 관리해야 한다.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과 가공, 소비를 연계해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체계를 갖추는 대안유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논의 타 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통해 생산된 논 콩을 전량 수매해 농가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콩의 규격화와 품질 제고 유도, 국산 콩에 대해 가공업체 등과 연계하겠다고 한다. 이 같은 방향의 대책을 가격폭락 위험이 있는 품목에 적용하는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가공업체와 대량수요처를 파악해 생산자조직과 계약재배나 출하계약을 유도하는 것이다.

대안유통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교류, 소통,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농산물 및 식품의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에 의한 무한경쟁 논리가 농업부문에 적용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기존의 식품체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농산물의 지역생산-지역소비 체계의 구축, 국내산 식재료의 학교(공공)급식 공급, 상호 대면적인 유통방식,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와 협력에 의한 유통방식, 식품안전성의 보증, 유통거리의 단축, 지역농업의 자립, 전통 식생활과 전통문화의 계승 등 대안유통 체계의 구축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통계의 정확성이다. 농민들의 주장을 보면, 통계치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것 같다. 통계청이 실시하고 있는 농업통계의 조사방식과 결과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 농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기관과 인력이 농업통계를 담당하는 것이 맞다. 표본추출과 조사방법도 다시 정립해야 한다. 특히 노지채소 뿐 아니라 시설채소 등에 대해서는 파종 시부터 재배면적 파악, 작황의 중간점검, 수확기의 판로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라 일부 품목들의 재배 적합지역이 변화하고 있다. 과잉생산의 우려와 함께 생산량이 부족한 품목도 발생될 가능성이 크다. 토양과 기후조건에 맞는 품목과 품종에 대한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 과잉생산은 가격의 폭락을 초래하고, 생산이 부족한 품목은 수입농산물이 증가하여 농산물 자급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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