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때가 되었는가
[농민칼럼] 때가 되었는가
  • 최용혁(충남 서천)
  • 승인 2019.03.17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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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아는 것은, 변화를 아는 것.
어미 닭의 심정으로 곧 일어날
새로운 질서를 예감하고 지켜보는 것”
최용혁(충남 서천)
최용혁(충남 서천)

1. 계란을 부화해서 병아리가 되기까지는 21일. 이 때 한 우주의 안과 밖에서는 동시에 교감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사자성어로 ‘줄탁동시’라 한다. 병아리가 안에서 알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한자로 ‘줄’이라 하고, 밖에서 어미 닭이 알을 쪼는 것을 한자로 ‘탁’이라고 한다. 때가 되어야 낡은 틀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세상이 탄생한다. 그리고 그 때를 알고 준비하는 주체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조금 늦거나 조금 빠른 것도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 생명과 관련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2. 더러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정월 대보름이 지나고 나서는 제법 부산한 마을. 부지런한 일꾼들은 쟁기날 곧추세워 논밭을 가는데, 해마다 꼭 맞춰 일을 해치우고 만다. 일 좀 하려고 하면 봄비가 지짐거려서 “내일 하지, 뭐”하는 푼수데기들은 자못 여유로운 채 하지만, 곧 닥칠 일에 파묻혀 1년 내내 게거품을 물게 되리. 그 중 더 눈 밝은 몇몇은 농약, 비료, 비닐과 석유로 점철된 영농일지를 거부하고 우주적 요소가 기상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한다. 어느 때에 어떤 기운이 땅과 하늘에 충만한지를 알기 때문에 비로소 농자천하지대본인 것이다. 월급날, 입금날이 아닌 그 때를 우린 충분히 알고 있는가.

3. 시기를 놓친 일들은 오래도록 어깨를 짓누른다. 일이 일처럼 되지 않을뿐더러 그저 주변을 수습하기에 정신이 없다. 주어진 리듬과 에너지를 재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결국은 나가떨어지게 된다. 나아가 펼쳐야 할 때인지 안으로 다지고 다져야 할 때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또 이를 조화롭게 하지 못하는 조직에게 미래는 없다. 미래가 바로 옆에 와 있어도 알 리가 없다.

4. 다른 방법도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오는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양자강에서 홍군의 퇴각을 도운 뗏목지기의 이야기가 아직까지 전해지는 것은 끝까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춘기의 아이들 옆에서, 갱년기의 남편과 아내 옆에서 그리고 생각 많은 친구 옆에서 그들의 변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다. 포기하지 말고 사명처럼 버티는 것이다.

벚나무 가지를/꺾어도/벚꽃은 보이지 않네/그러나/봄이 되면/아아!/가지에 가득한 하얀 벚꽃송이들(일휴)

때를 아는 것은, 변화를 아는 것. 어미 닭의 심정으로 곧 일어날 새로운 질서를 예감하고 그 순간을 위해 끝없이 지켜보는 것, 벚꽃을 확인하기 위해 벚나무 가지를 꺾지는 않는 것. 그 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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