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와 언론은 유기농 폄하 멈춰라
[기자수첩] 정부와 언론은 유기농 폄하 멈춰라
  • 강선일 기자
  • 승인 2019.03.17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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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유기농업이 오히려 지구환경 파괴를 조장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보는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글귀다. 개인 블로그도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식 블로그에 실린 글이다. 이 글엔 유기농업이 관행농산물에 비해 건강성이 반드시 높다고 보기 힘들다는 내용, 유기농이 생태환경을 살린다고만 보기 힘들다는 내용이 같이 실렸다. 친환경농업계는 분노했고, 과기정통부는 은근슬쩍 글을 블로그에서 내렸다.

해당 글은 과기정통부 관료가 아니라 블로그 기자단 소속 작가가 쓴 글이긴 하다. 그걸 감안해도 정부기관 명의의 블로그에 편향적이고 유기농 가치를 폄하하는 글이 실린 건 농민 입장에서 분노할 수밖에 없다.

정부기관의 이름을 내걸고 이뤄진 ‘유기농 폄하와 곡해의 역사’는 이게 처음이 아니다. 2002년엔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이라는 사람이 “유기농업은 종교인이 하는 것이고 농업이 아니다”, “오리농법은 오리를 키우는 건지 오리사육장에 심심해서 벼를 꽂아 둔 건지 구별이 안 되고 냄새도 많이 난다”는 ‘망언’을 공식석상에서 일삼았다.

2003년 환경부는 왕우렁이가 환경에 해롭다면 ‘생태계 교란종 1급’으로 지정하겠다고 일방 추진한 바 있다. 이는 우렁이농법을 통해 친환경농사를 짓던 농민들에게 큰 타격이었다. 당시 환경농업단체연합회는 해충 지정의 부당성을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적극 대응했다. 허무하게도 국립환경과학원의 2006년 정밀조사 결과, 왕우렁이는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났다.

정부기관이라는 곳들이 유기농업 육성에 나서거나 유기농업의 어려운 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서긴 커녕 오히려 유기농의 가치를 폄하해 왔던 것이다.

‘유기농 폄하의 역사’에서 언론도 자유롭지 못하다. “완전 유기농은 9% 뿐”, “유기농산물의 건강성은 증명되지 않았다”는 식의 ‘해석’들이 제멋대로 이뤄졌다. 기자가 펜 한 번 끄적이는 데, 키보드 한 번 두들기는 데 따라 친환경농민들의 운명이 판가름되는 판이었다.

정부와 언론은 유기농업의 목적, 그리고 유기농민들이 어떤 식으로 농사짓고 있는지부터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처럼 유기농에 대한 온갖 편견을 가진 상태에선 정책을 만들든, 기사를 쓰든 간에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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