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으로 미세먼지 줄여야

학교텃밭 확대·공기정화식물 재배·화학비료 감축 필요

  • 입력 2019.03.1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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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2일 충남 보령시 낙동초등학교에서 친환경 감자 씨앗을 심는 학생들. 이날 교육은 보령친환경농업인연합회 주도로 이뤄졌다.
지난 12일 충남 보령시 낙동초등학교에서 친환경 감자 씨앗을 심는 학생들. 이날 교육은 보령친환경농업인연합회 주도로 이뤄졌다.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낙동초등학교. 최근 이 학교 학생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운동장에서 뛰어놀지도 못한다. 이달 들어 7일 연속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때 낙동초등학교도 자유롭지 못했다.

미세먼지로 힘든 아이들에게 새로운 낙이 생겼다. 상자텃밭이다. 지난 12일 낙동초등학교에선 보령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유승덕, 보령친농연) 농민들이 친환경감자 심기 교육을 실시했다. 각 학생들의 이름이 쓰인 상자에 깨끗한 흙이 담겼다. 아이들은 직접 흙을 만지면서 감자 씨앗을 심었다. 지속적으로 감자를 돌보는 일은 이제 아이들의 몫이다.

이와 같은 ‘학교농업’을 포함한 도시농업, 나아가 친환경농업은 미세먼지 문제 극복의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주장들이 농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식물의 미세먼지 제거기능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기능이 탁월한 농작물 또는 관상용 식물을 재배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10일 서울시가 주최한 ‘미세먼지에 대응한 도시농업의 역할’ 정책토론회에서 김광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은 “식물은 잎을 통한 흡착, 기공을 통합 흡수 등의 과정을 통해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또한 “미세먼지는 기본적으로 양이온 성질을 띠는 반면 식물에선 음이온을 발산하는데, 이 음이온이 양이온 성질의 미세먼지와 결합해 미세먼지를 땅에 떨어뜨리는 것”임을 설명하며 “공기정화식물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기체에서 입자로 전환되기 전에 흡수함으로써 VOC를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고도 밝혔다. VOC가 미세먼지로 전환하기 전에 식물로 제거한다는 의미이다.

농진청은 현재 공기정화식물 연구를 통해 도시 생활공간에서의 미세먼지 문제 극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관음죽과 넉줄고사리, 산호수 등의 식물이 대표적인 공기정화식물로 거론되고 있는데, 그 밖의 식물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기본적으로 미세먼지 제거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교텃밭 등 녹지 대대적으로 늘려야

한재춘 서울시도시농업전문가회 회장은 “학교텃밭을 비롯해 도시 전체에 녹지를 확대하는 게 급선무”라 했다.

세계 각국은 점차 도시농지를 늘려가는 추세다. 독일에선 도시 곳곳에 클라인가르텐(Klein Garten, ‘작은 정원'이란 뜻)을, 일본에선 시민농원을 만들어 도시민들이 친환경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만든다. 각종 채소류 및 화훼작물을 재배함으로써 도시 생태환경 보전에도 기여하며, 농업에 대한 교육도 자연스레 이뤄진다.

어린잎채소와 허브, 앉은뱅이 밀 등의 재배는 미세먼지 제거에 기여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꿈나무 상자텃밭 보급사업’을 시작해 앉은뱅이 밀 재배에 어린이들이 참여토록 유도했다. 앉은뱅이 밀을 1ha에 재배하면 100kg의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한 회장은 학교텃밭 및 실내식물 재배를 늘려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6일 ‘2019년 미세먼지 대책·대응방향’을 통해 모든 관내 중·고등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공기청정기를 설치 시 미세먼지는 어느 정도 제거해도 이산화탄소량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학교 내에 공기정화식물을 재배하는 것과 함께 학교텃밭 등의 농지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게 한 회장의 입장이다. 학내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학생들의 학습능력 및 집중도를 감퇴시키는 악영향이 있는데, 대안으로 식물 재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깨끗한 흙을 손으로 만지는 것도 사람의 건강에 보탬이 된다. 백혜숙 전 서울시 도시농업위원회 부위원장은 “항상 흙을 만지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도 일반인에 비해 적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흙 속의 ‘마이코박테리움 백케이’라는 박테리아는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친환경농업으로 ‘자체 미세먼지’ 감소

도시를 넘어 전체 한반도의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선 화학비료 중심의 농업체계를 극복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 11일 서울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흙의 날 심포지엄’에서 김필주 경상대 농생명과학대학 교수는 비료 성분으로 상당량 쓰이는 질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토양에 투입하는 비료의 질소 중 20% 가량이 공기 중으로 흘러들어가는데, 질소 성분 중 암모니아는 초미세먼지의 원인 물질로서 휘산을 통해 대기 중에 퍼지게 된다. 또한 일부 질소 성분은 물로 흘러가 녹조를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농경지 시비량 저감을 위한 양분이용효율 증진기술 개발과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장기적인 화학비료 사용량 감소 및 친환경농업 확대를 통한 미세먼지 감축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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