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푸드플랜, 공적 책임을 담보하다

푸드플랜 선도지자체 탐방 ③
충남 청양군(농촌형)

  • 입력 2019.03.17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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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생산부터 폐기까지, 먹거리의 전 순환과정을 공적인 영역에서 보장하려는 ‘푸드플랜’이 바야흐로 전국적으로 태동하고 있다. 지역푸드플랜은 농업 생산기반을 다지고 지역내 다양한 문제를 해소할 획기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2월 농식품부 지원사업에 선정된 푸드플랜 선도지자체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하며 푸드플랜의 가치와 미래를 가늠해본다.
 

충남 청양군 대치면에 위치한 로컬푸드 직매장 ‘농부마켓’과 농가레스토랑 ‘농부밥상’. 이곳의 운영주체인 청양로컬푸드협동조합은 청양군 푸드플랜을 준비하는 데 하나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충남 청양군 대치면에 위치한 로컬푸드 직매장 ‘농부마켓’과 농가레스토랑 ‘농부밥상’. 이곳의 운영주체인 청양로컬푸드협동조합은 청양군 푸드플랜을 준비하는 데 하나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푸드플랜에 대한 청양군(군수 김돈곤)의 의지는 전폭적인 조직개편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먹거리순환 관련 행정조직은 로컬푸드팀(3명) 정도가 전부였지만, 지난 1월 푸드플랜 관련 5개팀으로 구성된 대형조직 농촌공동체과(20명)가 설치됐다. 단순한 유통개선의 개념을 벗어나 지역 최상위 정책으로 푸드플랜의 위치를 확립했다는 뜻이다.

푸드플랜의 핵심은 먹거리에 대한 공적 책임과 거버넌스 보장이다. 청양군의 경우 기본적으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되, 공적 책임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청양군은 푸드플랜을 위해 로컬푸드와 공공급식, 농산물 가공 관련 조직·시설을 결집한 ‘청양군먹거리통합지원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센터 운영은 공공성에 강점이 있는 재단법인과 민간의사 반영에 강점이 있는 농업회사법인 중 재단법인 형태로 갈피를 잡았다. 특히 민간출자 없이 청양군이 전액 출자함으로써 공적 책임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군의 독자적 의지가 아니라 푸드플랜 회의에 참석한 민간단체들이 요구한 바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엔 민간이 운영하던 청양군학교급식지원센터를 군 직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통합지원센터 안에서 공공급식지원센터로 개편돼 새로이 학교 외 공공급식까지 공략하게 된다.

청양군 로컬푸드 농가레스토랑 ‘농부밥상’의 상차림.
청양군 로컬푸드 농가레스토랑 ‘농부밥상’의 상차림.

가공품에 대한 지원도 청양군이 중점적으로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구기자·고추·표고버섯 등 청양의 주작목들은 국산 중에서도 가격이 높아 수입산과 경쟁이 힘들고 생산규모도 작은 편이다. 때문에 가공품 생산·유통 지원은 농가에게 요긴한 활로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군 직영 가공지원기관인 부자농촌지원센터와 더불어 완주형 소규모 농가 가공시설들이 통합지원센터에 들어서 농민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관건은 농가조직화다. 고령농이 많고 친환경농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 특성상 기획생산체계 구축에 어려움이 있지만, 기존의 로컬푸드 참여 농가를 중심으로 인식을 확산해가고 있다. 141명의 군민들이 모여 로컬푸드 직매장과 농가레스토랑을 만들어낸 ‘청양로컬푸드협동조합’과 6년째 칠갑산 장곡사 농민장터를 운영 중인 ‘농민장터추진위원회’ 등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김선식 청양군 농촌공동체과장은 “푸드플랜을 통해 일정 조건에 맞는 생산물은 전부 안정적으로 팔아드리려 한다. 관내 6,000여 농가 중 1,000농가 참여를 목표로 육성할 계획이며, 지난 14일 220농가를 대상으로 첫 교육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한편 청양은 전형적인 농촌형 지자체로 지역내 먹거리 생산량이 소비량을 크게 초과한다. 이에 청양군 푸드플랜은 지역내 먹거리순환 외에도 도시권 소비지와의 연계를 비중있게 담고 있다. 현재 대전시 유성구에 직매장+레스토랑 형태의 매장을 설립 중이며, 농식품부 지원사업으로 향후 서울·세종 매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기획생산체계가 잘 갖춰지면 서울 등 대도시 공공급식 공급에 도전할 수도 있다.

다만 먹거리운동을 주도해 온 시민사회에선 푸드플랜의 핵심가치가 어디까지나 지역내 순환에 있음을 강조한다. 박영숙 청양로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은 “농촌형 푸드플랜이라 도시와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렇다 해도 푸드플랜은 지역 순환이 기본이다. 지역 내에서 비전을 세우고 우리 생산자들이 ‘내가 생산한 먹거리를 우리 지역에서 먹고 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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