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소비자 위한 도매시장 만들 것”

[인터뷰]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 입력 2019.03.17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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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농업분야 경력이 전무한 탓에 인선 당시부터 농업계의 우려를 한 몸에 샀다. 전문성 부족을 인정하며 낮은 자세로 취임한 그는, 5개월여가 지난 지금 도매시장에 대한 나름의 소신을 설파하며 그간의 노력을 어필하고 있다. 쌓여 가는 전문성에 비례해 점점 많은 고민과 책임감에 직면하고 있는 그를 지난 12일 가락시장에서 만났다.
대담 심증식 편집국장
·정리 권순창 기자

 

서울시 공무원으로 그동안 농업 이외의 분야에서 두루 요직을 거쳤는데, 새로 농업분야에 발을 들인 소감은.
취임 전에 서적이나 연구보고서 등을 많이 보긴 했지만 현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도매시장에 와서 직접 보고 접하고, 여러 생산자들을 만나보니 점점 책임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복지본부장 시절엔 서울시, 교통본부장 시절엔 수도권이 수비범위였는데 도매시장은 전국이 수비범위다. 30년 공직생활 중에서도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고 있다.

가락시장은 거래제도와 위탁수수료 문제 등 많은 개혁과제에 당면해 있다. 하지만 전대 사장들 때부터 큰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국회에서 애써 마련해 놓은 농안법의 혁신적인 장치들이 행정에 의해 꽉 묶여 있다. 경매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상장예외를 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시행규칙(행정입법)의 애매한 조항 때문에 소송전이 계속되고 있고, 시장도매인제 도입도 농식품부 승인을 받지 못해 막혀 있다. 도매시장의 A부터 Z까지 모든 걸 업무규정으로 묶어 농식품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데, 지방분권·지방자치 시대에 너무나 뒤쳐진 게 아닌가 싶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문제는 농식품부 장관·청와대 면담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올해 중으로 확실히 결론을 내고자 한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이나 상장예외 확대는 왜 꼭 필요한가.
백화점이나 마트에 납품하면 출하자가 직접 가격을 협상해 안정적으로 출하할 수 있지 않나. 시장도매인이나 상장예외가 바로 그런 것이다. 경매로는 불가능한 가격협상 창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경로가 다양해지면 경쟁이 일어나고 출하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진다. 경매·시장도매인·상장예외 중도매인들이 경쟁하면서 출하자에게 한 푼이라도 더 높여 부르지 않겠나. 또한 시장도매인과 상장예외 거래는 유통경로가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갈 수 있고, 소비지의 변화에도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올해 시작할 가락시장 도매권역 시설현대화도 큰 난제다. 가락몰 이전을 거부하는 청과직판상인과 면적부족을 호소하는 중도매인·도매법인 등 시장 내 많은 유통주체와의 갈등이 우려된다.
시설현대화의 근본 목적은 도매시장을 활성화해 생산자·소비자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지만 유통인들의 요구를 다 들어드릴 수는 없다. 그 안에서 대화하고 계속해서 소통할 것이다. 유통인들도 시장을 위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협조해 주셨으면 한다. 가락몰에 대해선 청과직판상인들의 섭섭한 마음을 인정한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시장의 기능적인 면에 대한 공사의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런 만큼 향후 도매권역 현대화는 특히 시장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발휘할 수 있게끔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매시장의 근간은 농민들이다. 최근 극심한 채소 폭락으로 산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농산물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심정을 가늠할 수 없다. 꼼꼼하고 계획적인 대응시스템을 진작에 구축했어야 하는데, 정부도 국회도 그 동안 무슨 생각으로 농업정책을 다뤄 왔는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우리 공사도 연간 순익이 120억원 되던 좋은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껏 그 영역은 우리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었다. 공사의 존립 근거가 생산자·소비자를 위한 것이라면 그 쪽으로 좀더 감수성을 가졌어야 했다. 지금은 시설현대화사업으로 적자운영이 심각하지만 단 1억원이라도 산지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생산자들의 아픔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이곳 도매시장인 만큼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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