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 피해 구제, 사실상 ‘수수방관’

종자·농약·비료 등 원인 규명 어려운 현실

농민 대다수 피해 감수하며 중도 포기·합의

  • 입력 2019.03.1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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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경남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 사과에 발생한 ‘동록’현상의 원인을 두고 농민과 농약 업체 간 의견이 분분했으나 최근 갈등이 원만히 해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농민들은 특정 업체 살균제를 사용한 뒤 사과 표면이 녹슨 것처럼 거칠어지는 동록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업체 측에선 봄철 이상저온 등 기후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산내면의 445개 농가는 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업체에 보상을 요구 하며 몇 차례 상경시위를 펼치기도 했으나 원인 규명에 난항을 겪었다.

해를 넘기고도 농민과 업체 간 의견 차이는 좀체 좁혀지지 않았고 시험포를 만들어 재현시험을 거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와 달리 온화한 기후가 계속되며 시험의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할 상황이 조성됐다. 결국 양측이 합의를 거쳐 동록의 원인을 이상 기후로 확정했고 업체 측은 농민에 농자재 지원을 약속했으며 농민들은 소송을 취하했다. 이와 관련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냉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극심했고 농자재를 판매하는 입장에서 농민인 고객과는 상생하는 관계기 때문에 영농 재개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농작물 생육에는 기후, 자연환경은 물론 농약·비료 등 여러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발생해도 그 원인이 자연 환경인지 불량 농자재 때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지난 2007년 한국소비자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농민 피해 구제를 강화하고 피해 예방 정보 및 교육 서비스 제공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두 기관은 농자재로 인한 피해 발생 시 농진청에 원인 규명을 요청하고 소비자원에 별도로 피해 구제를 신청해야 했으나 협약 체결로 어느 한 기관에 피해가 접수되면 상황 확인과 원인 규명이 동시에 진행돼 보다 신속한 피해 구제가 가능할 거라 전망했다.

하지만 협약 체결 10년이 지난 지금도 원인 규명은 어렵기만 하고 업체와 농민이 소비자원을 통해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는 방법 외에 별다른 피해 구제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 소비자원이 절충·제시한 조정결정서를 양측 모두 수락하지 않을 경우 소송이 불가피한데 수반되는 시간과 비용 등을 우려해 농민 대부분이 중도에 포기하거나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농민들은 “원인 규명에 그 누구보다 적극 나서야 할 농진청이 여러 환경 조건의 영향 가능성을 운운하는 까닭에 피해는 늘 힘없는 농민 몫이 된다”며 피해 구제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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