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農·寫] 이른 봄에 맛보는 유기농참외의 맛

경북 성주서 참외 수확 시작

  • 입력 2019.03.17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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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에서 유기농으로 참외농사를 짓는 이재동씨가 지난 11일 내부 온도가 30도가 넘는 하우스에서 참외를 수확하던 중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고 있다.
경북 성주에서 유기농으로 참외농사를 짓는 이재동씨가 지난 11일 내부 온도가 30도가 넘는 하우스에서 참외를 수확하던 중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고 있다.
이재동씨가 허리를 숙여 수확할 참외를 찾고 있다.
이재동씨가 허리를 숙여 수확할 참외를 찾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하우스 내의 온도, 습도, 조도 등을 알려주는 시스템 계기판엔 명확히 34도가 찍혀 있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꽃샘추위 탓에 몸도 얼고 장비도 언 탓인지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경과 카메라 렌즈에 뿌옇게 서리가 끼였다. 융으로 닦아내도 그때뿐이었다.

하우스 온도에 적응할 겸 잠시 뜸을 들이며 전방을 살피자 길이가 100여 미터 되는 하우스의 끝에서 한 농부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가가보니 이미 땀범벅이었다. 참외를 따기 위해 두둑으로 허리를 숙일 때마다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후드득 떨어졌다. 농부는 허리를 펼 때마다 팔뚝으로 수시로 땀을 훔쳤다.

하우스를 정확히 반으로 가로질러 설치한 운반레일 위엔 갓 수확한 참외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빨간 바구니에 담긴 참외는 노란빛깔과 흰 가로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져 보였다. “맛부터 보라”며 그 자리에서 건네받은 참외를 쓱쓱 닦아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삭한 식감과 더불어 속이 꽉 차 있었다. 단맛 또한 살아있었다. 주먹만 한 참외를 다 먹기까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올해 처음 맛본 햇참외의 맛은 그만큼 강렬했다.

한민석씨가 세척·선별기에 조심스럽게 참외를 붓고 있다.
한민석씨가 세척·선별기에 조심스럽게 참외를 붓고 있다.
세척·선별기에서 마주보고 대화 중인 한민석씨와 이재동씨.
세척·선별기에 물을 채우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민석씨와 이재동씨.

지난 11일 참외의 고장, 경북 성주군 선남면 관화리의 한 하우스를 찾았다. 무농약 농사를 짓다가 2011년부터 유기농 재배로 전환한 이재동(53)씨의 참외밭이었다. 이씨는 선남면에서 유일하게 유기농참외를 고집하고 있는 농사꾼이다.

하우스 5동, 1,300여 평의 규모다. 지난 5일 올해 첫 수확을 시작으로 이날이 세 번째로 참외를 따는 날이었다. 그는 “수확 초기라 사흘 정도의 터울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은 택배 물량이 적어 하우스 2동에서 참외를 수확했다. 빨간 바구니로 5개, 약 80kg의 참외가 오전에 구슬땀을 흘린 댓가였다. 참외를 트럭에 싣고 대가면에 위치한 세척·선별·포장 하우스로 이동했다. 동료 농부인 한민석씨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한씨가 세척·선별기에 지하수를 가득 채운 뒤 바구니에 담긴 참외를 부었다. 전원을 켜자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며 물에 둥둥 떠 있던 참외를 골고루 세척하더니 무게별로 나누기 시작했다. 이씨는 분류된 참외를 10kg와 5kg 상자에 골고루 담았다. 포장을 마무리한 상자엔 유기재배를 인증하는 스티커를 붙였다.

포장이 끝난 상자마다 유기재배 인증 스티커를 붙였다.
포장이 끝난 상자마다 유기재배 인증 스티커를 붙였다.

그가 키운 참외는 한살림을 비롯한 생활협동조합으로 대부분 출하된다. 한살림과 계약한 출하가격은 10kg에 7만5,000원(11일 현재). 3년째 동결이지만 관행농업 생산량 대비 3분의2 수준까지 물량이 올라오며 농가수익에도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고집스레 일궈온 유기농참외 덕분이다.

익히 알다시피 참외는 대표적인 여름과일 중 하나다. 성주참외 역시 오는 8월까지 꾸준히 생산될 예정이다. 허나 이른 봄에 맛보는 여름과일은 색다르다. 게다가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참외라면?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오늘 저녁밥상엔 유기농참외를 들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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