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성범죄 공화국의 민낯

  • 입력 2019.03.17 18:00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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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하루가 멀다하고 기막힌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나이트클럽에서 처음 본 여성에게 일명 물뽕(?)이라는 환각제를 먹여 강제로 성폭력했다는 뉴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합니다. 그것도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얻은 연예인들이 연루된 사건이다 보니 파장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하룻밤의 유흥비로 쓰는 돈도 기가 막히는 액수요, 그들의 쾌락을 극도로 끌어올리기 위한 환각놀음도 하루하루를 힘겨운 노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로 들립니다.

이 역겹고 추악한 현실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몇몇 연예인들의 개별적인 일탈인지, 아니면 사회구조적으로 만연화된 문제인지, 도시만의 문제인지, 농촌지역은 성범죄로부터 청정한지 지금이야말로 진지하게 되물음을 해보아야 할 때인 듯합니다.

얼마 전, 같이 바다일 하던 언니들이 한 언니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웅성거렸습니다. 민망하고 더럽다며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어깨너머로 보니 핸드폰 화면 속에 여러 명의 남자들이 한 여성의 몸을 가지고 되지도 않는 장난을 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언니들도 참여하고 있는 단체 대화창에 누군가가 잘못 올린 모양입니다.

그 동영상에는 여성의 인격이 없었습니다. 아니 고려나 배려의 대상이 아닌, 다만 그 남성들의 놀이도구에 불과할 따름인 것이었고, 그것을 돌려보는 사람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남성들은 나도 해보고 싶다는 반응들을 했고 누구하나 그런 동영상 올린 사람에 대해 질타하는 사람이 없더란 말입니다. 그러니 잘못 올린 사람의 사과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인간에게 식욕과 성욕은 본능적인 것으로 그것을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배고프다 하여 남의 음식을 훔쳐 먹으면 안 되는 것처럼 성(性)에도 바람직한 문화가 있지 않겠습니까? 야한 동영상을 돌려보는 것은 사적인 취미의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이미 하나의 음성적인 산업으로까지 커져 있고 공공연하게 판매가 이뤄지는 불법상품입니다.

앞서 말한 클럽문화도 술과 음악과 춤을 상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클럽을 이용하는 여성들에게 흔적도 남지 않는 환각제를 음료수에 타서 먹이고는 그 여성을 스릴감 있게 성폭력하는 것을 상품으로 판매하다시피까지 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또 다르게 부각되는 사건을 보니 일부의 고위관료나 언론인들도 비슷한 모양새로 놀았던 모양입니다.

도시의, 젊은 남자들의, 연예인들 혹은 가진 자들의 이야기이기만 하겠습니까? 일탈의 정도나 범주로 봐서 범죄로까지 가버린 상황에 비교할 만한 일이 아니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결이 있습니다. 여성을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 것, 나의 쾌락에 너의 상처는 고려대상이 아닌 것, 그런 범죄적 일탈을 예사로 눈감아주는 끈끈한 연대의 힘, 부끄러운 성범죄 공화국의 민낯입니다. 그렇다면 농촌의 여성들은 인격체로 대접을 받고 있는가? 묻고 또 물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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