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 전기요금 할인금액만큼 농가 직접 지원하라

  • 입력 2019.03.17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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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야·정협의체는 지난 2014년 11월 도축수수료 인하를 전제로 한 도축장 전기요금 20% 인하를 결정했다. 이 제도는 축산생산자단체들이 정부와 국회에 영연방 FTA 대책마련을 촉구해 마련된 것이다.

이에 여·야·정협의체는 도축장 전기요금을 할인하고 이를 통한 도축수수료 인하로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시행 4년이 지나고보니 축산농가 지원대책이 아니라 축산대기업 지원대책이 되고 말았다.

이 같은 문제는 제도 마련과정에서 전기요금은 20%를 할인하는 걸로 구체적인 안을 마련했으면서 도축수수료를 인하하는 대목에선 구체적인 수치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후 도축장단체인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도축장의 제조비용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용이 5.25%에 불과하다며 도축수수료 인하율을 1.05%로 자체 결정하고 말았다.

전기요금 할인금액 대비 도축수수료 인하금액의 비율은 2015년 32.6%, 2016년 27.3%로 점점 줄어들다가 2017년부터는 아예 도축수수료 인상 효과만 확인되고 있다.

육계계열업체가 소유한 도계장들은 어떠했나. 한국육계협회는 계열화사업의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여론이 따가웠던 2017년 전기요금 할인금액의 육계농가 환원비율을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만 했을 뿐,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기요금 20% 할인은 작업량이 많은 대형도계장에게 유리한 혜택이란 점도 확인됐다. 지난해 168개 도축장에 총 173억원 남짓 전기요금이 할인됐는데 연간 전력사용량 상위 4개 도계장이 이 중 16.2%에 해당하는 28억원의 전기요금을 할인받았다.

해당 도계장들은 대형 육계계열업체 소유로 추정되는 바, 사실상 축산대기업에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퍼주고 있었던 셈이다. 반면, 최저 연간 전력사용량을 기록한 도축장은 단 14만원을 할인받았다.

지난 4년간 도축장 전체가 할인받은 전기요금은 총 665억원에 달한다. 평균을 따지면 연간 166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은 것이다. 이 혜택이 2024년까지 지속된다면 전체 도축장은 총 1,600억원대의 전기요금 감면을 받게 된다. 그런데 전제했던 도축수수료 인하 효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대책은 시행 초기에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처음부터 잘못 설계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 대책이 본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함을 인정하고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차라리 한시적으로 축산농장의 전기료를 할인하는 직접 지원 방식으로의 전환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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