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모집해 유럽여행 나선 농협대학

임진농협 감사서 드러나 … 관광성 외유에 예산 변경도 마음대로

  • 입력 2019.03.17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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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대학교가 지난해 교육을 명목으로 조합장을 모집해 관광성 유럽연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농협대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월 1월까지 ‘협동조합 경영대학원(조합장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50명 내외의 조합장을 모집했다. 협동조합 이념 실천 및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농협 CEO 양성과 농업·농촌·농협 발전을 위한 경영능력 및 리더십 배양이 주요 목표다. 모집 공고엔 ‘소속 사무소 부담’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로 교육비 750만원이 책정돼 있다.

교육은 3월부터 10월까지 10회에 걸쳐 이뤄지는데 2박3일간의 합숙수업 8회와 국내·외 선진지 견학 2회로 구성됐다.

문제는 지난해 7월 6박8일 동안 스페인·덴마크·네덜란드에서 이뤄진 해외연수다. 일정표엔 덴마크 협동조합 중앙회 방문이나 화훼경매장, 치유농원, 대단위 농장 방문 등도 있지만 시내 관광이나 대성당, 왕궁 방문 등의 관광 일정이 빼곡하다(사진). 35명 기준으로 1인당 485만원의 비용이 책정됐다.

농협대 관계자에 의하면 이 교육은 1999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19기까지 교육을 마무리했다.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한두 해를 제외하곤 매해 30~40명의 조합장이 이 교육을 통해 선진지견학이라는 명목으로 북미나 미국·캐나다, 유럽 등의 관광성 외유에 나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협대는 올해에도 조합장 교육과 함께 해외연수를 추진 중에 있다.

논란에 대해 농협대 관계자는 “나라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광성 일정이) 들어가거나 항공료를 낮추기 위해 나라를 옮기면서 들어간 측면이 있다”면서 “추후 관광성을 제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은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임진농협 감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임진농협 감사들이 지난해 7월 이뤄진 상반기 감사에서 현상태 조합장의 잦은 출장을 눈여겨봤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현 조합장이 조합비로 농협대 교육에 참가, 관광성 유럽연수에 다녀온 것을 확인했다. 당시는 많은 농민들이 폭염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을 시점이다.

감사들에 의하면 현 조합장은 지난해 750만원의 농협대 교육비에 더해 현장교육비 185만원, 식대비 27만원, 교통비 61만2,000원 등 총 1,023만2,000원을 교육비로 사용했다. 임진농협은 예산총회에서 직원교육비 600만원과 임원교육비 300만원 등 총 900만원을 교육훈련비 예산으로 편성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통째로 조합장 교육에 사용한 셈이다. 물론 정해진 예산도 아닌데다 이조차 부족해 항목까지 변경해가며 다른 예산까지 끌어다 썼다.

이에 감사들은 지난해 8월 조합장과의 면담에서 조합비 사용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교육비 반납을 요구했지만 결산총회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들은 결국 조합장의 예산 부당전용과 한도초과집행에 따른 징계 및 변상을 요구하며 지난 2월 임시대의원총회까지 소집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상급기관인 농협중앙회에 질의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식의 답변으로 오히려 면죄부를 제공했다는 게 감사들의 주장이다.

감사들은 “관광성 외유와 더불어 조합장 친목을 도모하는 데에 조합비가 사용된 건 문제”라며 “더군다나 대의원들이 결정한 예산안을 조합장이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면 예산안은 왜 세우며, 감사는 무슨 필요가 있냐”고 성토했다. 또한 감사들은 “임진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협 전체의 문제라며 농협중앙회도 면죄부를 줄 게 아니라 이 같은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현 조합장은 “예산 변경은 문제될 게 없고 교육도 조합장으로 좀 더 많은 부분의 업무를 습득하고, 조합장을 많이 사귀어 사업추진에 보탬이 되고자 참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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