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형직불제 예산, 왜 3조 이상 확대돼야 하나

소농 기본직불·논밭 형평성 담으려면 3조5천억 소요
“이개호 장관, 기재부 장관과 정치력으로 풀라” 주문도

  • 입력 2019.03.10 11:40
  • 수정 2019.03.10 11:4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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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공익형직불제 개편 논의가 예산확대 문제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3조원 이상 재정지출이 마련돼야 직불제 개편 의미가 바로 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 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기획재정부가 농식품부 예산안인 2조4,000억원을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져 직불제 개편 무산 논란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1ha 미만 소농에 200만원 지급하려면 3조5천억 소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 농경연)이 지난 1월 분석한 직불제 개편 전후의 직불금 수령액 변화 추정 자료에 따르면 0.5ha 미만 50만 농가들에게 월 10만원씩 기본 직불금을 지급하려면 재정총액이 3조원이 필요하다. 영세소농의 기본직불금 지급 기준을 1ha 75만 농가에서 0.5ha 50만 농가로 최소화 했을 때의 추정예산이다.

김현권 의원실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농경연 예측 자료에 대해 보다 상세히 설명했다. 김 의원실은 “농경연의 직불제 개편을 위한 적정 재정지출 규모 산출내용을 보면 1ha 이상 규모 농가들의 수령액을 재정지출규모 3조원 기준으로 고정시킨 상태에서, 1ha 미만 75만 농가 전체에 기본직불금을 200만원(한 달에 약 17만원)으로 높일 경우 필요한 예산은 3조4,400억원이다”면서 “직불제 개편과 더불어 공익형직불제 실시를 위해선 최소한 3조원 이상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기본직불 지급 기준을 더 낮춰 0.5ha 미만 농가들에게 연간 100만원(한 달에 약 8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해도 2조5,000억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 경우 쌀 재배농가들의 소득안정장치인 변동직불제 폐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해석이다.

예산 문제로 공익형직불제 개편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전남 장흥군 관산읍 용전리의 들녘에서 두둑을 만들고 있는 한 농민의 모습. 한승호 기자
예산 문제로 공익형직불제 개편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전남 장흥군 관산읍 용전리의 들녘에서 두둑을 만들고 있는 한 농민의 모습. 한승호 기자

 

이개호 장관 공언한 ‘2조4천억’ 예산도 충분치 않아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발대식에 연계해 열린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최근 5년(2013~2017년) 동안 지출한 농업직불금은 연평균 1조7,892억원이다. 예산당국은 직불제가 공익형으로 개편되더라도 현 수준의 재정 지출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직불제 예산확대는 ‘문재인표 농정’의 연착륙을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또 이 장관은 농정개혁을 함축하고 있는 공익형직불제가 성공하려면 “영세소농이 많이 받아야 하고, 충분한 땅을 갖고 있는 대농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지급액이 줄어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직불제 예산이 확대되는 것이 관건”이라며 “2조3,000억~4,000억의 예산을 만들어주면 효과가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조4,000억원 역시 농경연 분석치에 견주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김현권 의원실은 “지난해 11월 농식품부는 0.5ha 미만 영세소농을 기준으로 월 10만원씩(1년 120만원)의 기본직불금을 지급할 경우 약 6,000억원의 추가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직불금 재정 규모가 2조5,000억원 이상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 놓은 바 있다”고 밝히며 “국책연구기관인 농경연은 이와 차이가 나는(3조원) 분석 결과를 냈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이 2조4,000억원이면 효과가 높다고 말한 근거는 어디서 나온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재부 설득, 이개호 장관이 나서야

지난해 10월부터 논의가 시작된 공익형직불제 개편안이 6개월째 진전이 없고 최근엔 예산문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청와대·국회 등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농식품부의 소극적 행태를 한 원인으로 꼽는다. 공익형직불제 개편이란 것은 단순히 예산만 더 따내겠다는 계산이 아닌 우리 농정의 틀을 직불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공익형’이 뜻하는 국민적 혜택 내용도 필요하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대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청와대·국회 등에서는 “이름은 공익형직불제인데 영세소농이 기본직불금을 받는 등 농민적 이익은 거듭 얘기되는데 국민적 이익에 뾰족한 논리가 없다. 환경문제를 꺼내드는 것이 가장 명확하고 이를 위해 비료·농약을 대폭 줄이는 것이 필요하나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농식품부 업무구조를 바꾸는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다 보니 농식품부가 개혁적 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개호 장관이 총선출마를 위해 스스로 밝힌 연말까지의 임기보다 더 빨리 사퇴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농식품부가 차관과 실·국장 등 관료 중심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국회 한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직불제 개편이 좌초될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마당에 이개호 장관이 홍남기 기재부 장관과 독대를 해서라도 담판을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마디 보탰다.

이개호 장관이 이번 3월 개각을 염두에 두고 사직의사를 밝혔다가 반려됐다는 ‘소문’까지 번지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소문을 일축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이개호 장관이 직불제 개편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번 개각에 이름을 올리면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8월 경 총선출마를 위한 개각 바람이 또 한번 불 텐데 그 즈음이면 사퇴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지난 7일 정창길 기재부 농림해양예산과 과장은 “직불제 예산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없다”면서도 “과거 지급한 실적이나 예산평균 정도로 출발하는 게 적합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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