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혁신밸리, 과연 준비된 농정일까
스마트팜 혁신밸리, 과연 준비된 농정일까
  • 한우준 기자
  • 승인 2019.03.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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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따먹기’ 싸움 된 대표농정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지금은 생산시설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한 때다. 가격 안정 대책도 없이 생산시설만 늘리면 중소 농민은 가격 폭락으로 다 죽는다. 청년 창업농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이 필요하면 한국농수산대학 시설을 보강하면 된다. 실증단지는 농촌진흥청과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그냥 건설기업에게 예산을 몰아주자는 심산이 아니면 이렇게 (수천억원씩 들여) 할 수가 없다.”(전국농민회총연맹, 지난 7일 스마트팜 혁신밸리 2차 공모 중지 및 사업 전면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문재인정부가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주요 농정과제로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은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농정이 아니라며 반기를 계속 들고 있다. 설령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계획대로 완성되고 운영된다하더라도 그 비용 대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농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단 얘기다. 농민과 농업이 힘든 건 기술력이 부족하고 스마트팜이 충분치 못해서가 아니라 산업화와 개방농정으로 인한 희생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라는, 이미 검증된 지 오래된 논리가 농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혁신밸리 유치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지자체들의 준비 경과를 보고 있자면, 이 사업을 하나의 ‘정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옳은 농정인지 논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수백억원의 국비 지원을 따낸다는 치적 쌓기에 눈 먼 지자체들이 앞 다퉈 부지 공모에 나서는 와중에 여러 부지가 급조로 지정되거나 운영 계획 수립에 있어 아무런 대책이 없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농민들의 여론이 반대로 똘똘 뭉친 지역에서조차 지자체의 공모 신청 강행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 심지어 여론 수렴 절차가 사실상 삭제된 지역도 있다. 지자체들은 ‘일단 예산부터 따고 보자’는 생각부터 앞서 지역의 상황과 자치농정에 대한 고민을 망각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그저 방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강원도가 춘천시 동면에 유치하려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약 1,170억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계획됐다. 그중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530억원 정도인데, 이는 춘천시의 1년 농업예산 총액을 두배 가량 초과하는 규모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단 몇%p의 농업예산 증액조차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과연 이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기존의 농정을 위해 쓰이고 있는 예산들에 끼칠 악영향은 과연 없는 것인지 자연히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김덕수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사무처장은 “(예산에 관해) 농민들이 미진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니 담당 공무원은 ‘국책사업이니까 일단 예산부터 따내고 나서 계획을 협의해 다시 만들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공무원들의 행태다”라며 “농업예산이 매년 부족하다고 하면서 춘천시 1년 농업예산의 배가 넘는 금액이 갑자기 마련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정말 ‘혁신’밸리 사업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예산을)어차피 우리가 안 받으면 다른 곳이 받을 텐데, 그럴 바에야 우리가 하는 게 낫지 않느냐’라고 말하길 주저않는 지자체들의 태도는 우리들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시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 사업이 우리 농업의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는 철저하고 준비된 농정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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