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좋다는 것들이 내 몸을 망칠 수 있다

  • 입력 2019.03.10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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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사람의 귀는 얇고 마음은 간사하기 그지없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주변에서 먹기 시작하면 갑자기 나도 먹고 싶고, 이렇게 혹은 저렇게 먹어야 좋다고 하면 갑자기 그렇게 먹지 않으면 왠지 건강을 크게 망칠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신문, 방송과 주변에서 좋다고 날마다 떠들어 대는 것들을 열심히 먹고 따라하며 운동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지만 건강이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 분들이 계시지는 않은지요?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건강상식이란 것들을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먹거리에 관한 것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혹시 통곡물이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과일은 껍질째 먹어야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익히지 않은 날 채소가 더욱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렇다면 이제는 그것과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을 한 번쯤은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번 칼럼에서 현미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듯이 옛날 사람들의 식생활 방식을 실험실 결과만으로 폐기처분하는 것은 결코 신중한 태도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식생활 방식은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의 경험의 산물입니다.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의 경험은 그만큼 절실한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식량이 부족함에도 어떤 것을 애써 껍질을 벗겨내고 먹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통째로 다 먹고 싶지만 그렇게 먹으니 탈이 나고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과학기술이 발달했다고 이러한 껍질이나 씨를 실험실에서 갈아서 그 성분들을 조사해 보니 내부에 없는 물질들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토대로 껍질에는 속에 없는 성분들이 많은데 그동안 무식한 조상들이 알짜는 다 버리고 속 빈 강정만 먹어 왔다고 발표합니다.

그러나 실험실 결과만으로 어떤 음식의 유불리를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험 후 반드시 따라야 할 장기간 임상시험의 과정이 생략된 발표는 성급한 것입니다.

많은 경우 껍질이나 씨앗에는 식물들이 동물들의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렉틴이란 이름의 다양한 종류의 화학성분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동물들은 이러한 렉틴에 의해 장에 상처를 받습니다. 그렇지만 동물들도 오랜 기간 진화를 하면서 이러한 렉틴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습니다. 바로 이 렉틴을 분해시킬 수 있는 박테리아를 장내 세균으로 맞이하여 공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분해능력이 없는 경우엔 렉틴이 장점막을 공격하여 파괴시키고 그로 인해 장 누수증후군을 일으키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날 것을 먹어서 더 좋은 것이 있는가하면 익혀 먹어야 더욱 안전한 것이 있습니다. 또 같은 음식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는 것도 나에겐 피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해당 렉틴에 저항할 수 있는 장점막의 치밀도와 장내 세균총이 각자 다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우리 모두의 몸에 좋다고 알려진 토마토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것을 먹을 때 반드시 껍질과 속 씨앗부분을 모두 제거하고 과육만 먹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대부분 익혀서 먹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우리만큼 실험할 줄 몰라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대로 따라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거기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 몸에 진정 맞는 음식 섭취 방법을 찾아 낼 것인지?

저는 후자를 권하고 싶습니다.

실험실 결과만의 성급한 발표보다는 무수한 임상경험에서 비롯된 옛사람들의 섭생방법을 오히려 더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을 직접 자신이 경험해 보고 판단해 나가시라는 것입니다. 나 자신의 체질은 어쩌면 나 자신에게 독특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과 다른 새로운 시도는 반드시 내 몸의 반응을 신중히 살펴가면서 임상실험가의 탐구정신을 발휘하시길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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