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미세먼지

“농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데
그로 인해 생명 단축시키는 악순환,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 입력 2019.03.10 18:00
  • 기자명 한영미(강원 횡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영미(강원 횡성)
한영미(강원 횡성)

휴대폰에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어플이 깔려있다.

요즘 일상 중에 하나가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5일 내가 살고 있는 공근면 일대는 최악이고 “절대 나가지 마세요”라고 한다. “절대 나가지 마세요”라는 말에 따라 안 나갈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농민은 몇 명이나 안 나갈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된다.

겨우내 춥지도 않았고, 비도 눈도 많이 오지 않았고, 날씨마저 따뜻하다보니 봄이 일찍 우리 곁을 찾아왔다. 미세먼지가 해를 가려 곧 눈이나 비가 올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에 봄이 온 것을 느껴볼 겨를도 없었는데, 동네 길에 트랙터가 다닌다 싶더니 어느새 밭에 완두콩을 심는다고 검정비닐을 씌우기 시작했다. 일을 시작한 농민들을 보니 봄이 온 건가 싶다. 옆집은 지난해보다 보름정도 빨리 완두콩을 심었다고 한다. 덩달아 허둥지둥 봄맞이를 하게 된다.

이렇게 봄을 맞이한 농민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든 매우 나쁨이든 최악이든 상관없이 밖으로 나가 일을 한다. 기침을 콜록콜록하면서도 “미세먼지 뭐?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시면서 일하러 나가신다. 대책은 없다.

미세먼지 저감대책이라고 나오지만 아직까진 도시중심 정책인거 같고 대책이라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물을 많이 마시고 외부에 나갈 땐 마스크를 쓰는 정도이다. 하지만 밭일을 하며 마스크를 챙겨 쓰는 농민이 얼마나 될까. 그저 이런 상황이 깝깝하고 답답할 뿐이다.

미세먼지는 환경오염이 불러온 재앙이다. 재앙 앞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농민처럼 외부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일해야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선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데 그로 인해 생명을 단축시키는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정부에서 차량이용을 줄여 배기가스를 줄여보려 하는데 시골은 대중교통체계가 미흡해서 집집마다 차가 두세대씩 있다. 사람이 없으니 대중교통 이용률이 낮고 그렇다보니 운행횟수를 줄인다. 어쩔 수 없이 노후된 차일지라도 끌고 다녀야 하니, 결국 개개인이 다 책임지고 다녀야 하는 구조이다. 대중교통망확대, 불법소각문제, 대규모 축산문제 등 농촌지역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내놓아야 할 정책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미세먼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문제라는 생각을 했지만 내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어떻게 줄지는 자세히 몰랐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참 올라오기 시작하는 냉이를 캐러 나가는 것도 생명을 단축시키는 일인 거 같은 위기감이 든다. 운동하러 나가는 이웃들에게 건강에 나쁘니 나가지 말라고 말리기도 한다. 일상적인 일들을 하나씩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미세먼지를 피할 수는 없다. 방독면까지 쓰기 전에 마스크라도 무상으로 나눠주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조금 있으면 쑥도 올라올 터인데 봄바람 맞으며 “쑥 뜯고 냉이 캐러 오세요”라고 친구들을 부르고 싶다. “미세먼지 조심하세요!”라는 인사말 대신 말이다.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미세먼지 수치 체크 말고 우리는 언제쯤이면 따뜻한 봄을 만끽하며 밖으로 나가게 될까.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