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정 변화와 사람들

  • 입력 2019.03.10 18:00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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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서울대 교수

현 정권 전반기 농정평가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신자유주의적 개방농정 속에 등장한 외국 농산물의 유입만이 아니라, 농정에 있어서 제도와 시책이 얼마나 농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에 있어서 농민은 물론 농촌 현실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촌에 대한 정부 지원책 역시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현장 실태를 반영하기보다는 공무원 편의적인 운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늘 있었다. 그 결과 농민의 생존권은 위협받고 농촌의 지속가능성 역시 위태로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물론 이런 농민들의 상황이 국내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화와 기업 경영 차원에서 진행된 농업 현장에서의 농민 소외는 전 세계적이기도 하고 이 때문에 지난해 9월에는 유엔인권이사회가 ‘유엔 농민 농촌노동자 권리 선언 초안(Draft United Nations declaration on the rights of peasants and other people working in rural areas)’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유엔 선언 초안에 담긴 전 세계 농민들의 모습은 농촌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를 포함해 농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범위와 그 깊이에 있어서 범정부 차원의 노력 없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돌이켜보면 현 정권 출범에 앞선 대통령 공약에서 농업에 대한 개선 의지와 동물복지를 거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이 조속히 개선되지 못한 것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오랜 공백과도 맞물려 있다. 또 새로운 정책의 제시가 졸속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정책수립과 추진에 있어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시간도 필요했을 것이다.

다행히 농어촌의 중장기 정책 설정과 농민복지 등을 다룰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가 4월 25일 출범을 앞두고 있고, 또한 예산 부족이 우려돼 좌초까지 거론되던 ‘공익형 직불제’가 국회와 정부의 과감한 예산 증액 의지로 인해 실질적인 제도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 전개를 볼 때, 이제부터 누적된 농어촌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또 발전적인 미래 지향적 제도를 마련할 좋은 시기임은 분명하다.

정권의 농업 분야 개선 의지와 더불어 이 시점에서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으로는 사람의 중요성이다. 현재와 같은 변화의 움직임 바탕에는 오랜 기간 공석 후에 부임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성실한 모습이 눈에 띈다. 역대 정권에서 힘없는 부처임을 스스로 자처하면서 권력의 눈치나 보던 과거 장관들과는 달리 능동적으로 농민들의 고충을 풀어가려는 자세는 현 상황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기존 국회에서 찾기 어려운, 진정한 농민 국회의원의 활약이 있다. 농민인 개인의 현장 경험에 근간해 실질적인 농촌 문제 해결에 매우 적극적인 해당 국회의원은 전문직으로서 국회 입성한 대부분의 비례대표들이 재선에 신경 쓰며 주변 눈치나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농업 현장 문제를 과감하게 제시하고 해결책을 정책화하고 있다.

결국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사람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앞으로 있을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과거처럼 금품이나 식사 등 지역과 인적 유착으로 조합장을 뽑는다면 그 몫의 무게를 농민 스스로 받고 농촌 발전을 막게 된다. 이것은 조만간 출범할 농특위의 인적 구성도 그렇고, 더 나아가 국회에 보낼 농민 대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농촌 현장의 문제를 풀어내려면 현장을 잘 아는 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누구를 대변해 왔는지를 잘 살펴 농민을 대표하게 할 때 농촌 변화는 제대로 이뤄지게 된다. 요즘 비로소 생겨나는 농정 변화의 조짐을 보면서 더욱 느꼈으면 한다. 삶의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와 권력에 무관심해서는 결코 우리의 삶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권리는 주장해야 하며, 투쟁하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 조합이건, 위원회건, 국회의원이건, 장관이건, 모두 힘을 합쳐 올바른 사람이 농민을 대표하도록 우리 모두 깨어 행동하자. 그것이 이 땅과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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