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값 폭락 … 올해도 아스팔트 농사 시작

전남 대파농가 100여명 상경
청와대·가락시장 항의 방문

  • 입력 2019.03.06 21:15
  • 수정 2019.03.13 00:4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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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 참석한 전남지역 농민들이 '가격보장'을 요구하는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 참석한 전남지역 농민들이 kg당 도매가격이 1,000원에 못 미칠 정도로 가격이 폭락하자 대파의 가격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겨울대파 가격이 2년 연속 폭락하자 농민들이 또다시 서울 한복판에 대파를 쌓았다. 전남지역 대파농가 100여명은 지난 6일 광화문과 가락시장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에 책임 있는 폭락대책을 요구했다.

여느 채소가 그렇듯 겨울대파도 ‘2년에 한 번 갈아엎는다’고 할 정도로 폭락이 빈번하다. 2014년 폭락 이후 3년 동안 가격이 양호했지만, 지난해부터 어김없이 폭락이 꼬리를 물었다. 지난달 하순부터는 kg당 평균도매가격 1,000원선이 붕괴되는 등 극악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

농민들은 청와대가 코앞에 보이는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 모여 정부를 맹성토했다. 지난해 들어간 농자재 비용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은 가운데 다시금 폭락을 맞은 상황에 모두가 개탄을 금치 못했으며, 때문에 지난해보다 한층 거칠어진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신안에서 올라온 송기윤씨는 정부의 개방농정을 비판하며 “얼마 전 뉴스를 보니 공산품 무역이 안돼서 정부가 몇 조원을 지원해 준다고 한다. 대파는 몇 조원까지나 필요가 없다. 단돈 몇 백원씩만 지원해 줘도 우리가 배 타고 이렇게 서울까지 올 일은 없다”고 말했다.

진도에서 온 김철환씨는 “지금 당장보다 내년이 문제다. 다시 대파를 심어야 할지 말지가 고민”이라며 “대체작물을 심으라 하지만 그걸 하면 그것도 망하는 농사가 된다. 진도에선 단호박을 대체작물로 권장하는데 해 봐야 뻔할 뻔자다. 한때 대체작목으로 한창 떴던 아로니아도 5년만에 폐원을 지원하고 있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서 곽길성 서진도농협 대파공선출하회장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서 곽길성 서진도농협 대파공선출하회장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 참석한 전남지역 농민들이 '계약재배'를 촉구하는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 참석한 전남지역 농민들이 '계약재배'를 촉구하는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집회엔 농민들과 인연이 있는 몇몇 서울시민들도 참석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반농반일’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진도 농활에 참여했다는 홍기선씨는 “대파 한 단 도시 소비가격이 2,500~3,000원이라 농가수취가가 아무리 낮게 잡아도 800~900원은 될 줄 알았는데 100~150원, 생산비도 못 건진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서울에도 퇴직 후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누가 내려가 농사지을 생각을 하겠나”라고 분개했다.

농민들은 정부에 △충분한 물량의 시장격리 △특별 영농자금 배정 △계약재배율 50% 실현 △무분별한 대파 수입 중단을 요구했다. 계약재배율 제고 방안에 대해선 최근 평당 4,000~6,000원대의 비현실적 산지폐기 보상을 지적하며 최소한 평당 1만원의 계약단가로 생산비를 보장해줄 것을 주문했다. 집회 후 농민 대표들은 청와대에 들어가 농업비서관에게 요구를 전달했고, 남은 농민들은 서울시민들에게 대파를 나눠주며 절박한 심정을 전달했다.

이후엔 가락시장으로 이동해 2차 집회를 열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 사장을 면담했다. 지난해 가락시장 대파 하차거래 시행으로 산지 부담이 대폭 늘어난 데다, 거듭되는 폭락 상황에 공영도매시장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농민들은 공사에 △도매시장 거래 하한가(1,200원/kg)·상한가(2,000원/kg) 설정 △거래제도 다양화 △하역비 인하 등을 요구한 뒤 저녁 8시 30분 대파 경매를 참관하고 해산했다.

노지채소는 지난해 말 배추·무를 시작으로 양배추·시금치·애호박·대파·양파 등이 모조리 폭락을 맞고 있다. 대파가 품목 상경집회의 첫 테이프를 끊은 가운데 여타 품목들에서도 크고 작은 집회가 준비·진행되는 등 최근 농촌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 참석한 전남지역 농민들이 버스에 싣고 온 대파를 서울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 참석한 전남지역 농민들이 버스에 싣고 온 대파를 서울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 참석한 전남지역 농민들이 '가격보장', '계약재배'가 적힌 종이를 들고 동료농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겨울대파 가격 보장을 위한 생산자대회'에 참석한 전남지역 농민들이 '가격보장', '계약재배'가 적힌 종이를 들고 동료농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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