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지, 그 근간이 흔들리다

  • 입력 2019.03.03 19:23
  • 기자명 임영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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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환 변호사(법무법인 연두)
임영환 변호사(법무법인 연두)

농업계에서 농지에 대한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다.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하위 법령인 농지법에서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경자유전의 예외조항으로 인해 농지의 소유, 이용 및 보전에 관한 다양한 논쟁이 야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법원은 ‘2019. 2. 14. 사건번호 2017두65357 농지처분의무통지취소 사건’에서 상속으로 취득한 1만㎡ 이하의 농지에 대해 직접 농사를 짓거나 임대 및 사용대 하지 않더라도 그 농지를 처분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현재 농지법 하에서는 부모로부터 농지를 상속받은 자녀가 1만㎡ 범위 내에서 그 땅을 그대로 방치하더라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위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이렇다. 첫째, 농지법은 어떠한 조건을 달지 않고 비자경 농지의 소유를 허용하고 단지 소유할 수 있는 면적의 범위만 정하고 있는데 이는 상속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니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농지를 소유할 근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둘째, 농지법은 농지에 대한 자경이나 임대를 구분하지 않고 ‘농업경영을 하지 아니하는 자’라도 1만㎡까지 상속받은 농지를 소유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할 경우에는 법률에서 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계속 그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속 농지 중 1만㎡까지는 ‘농업경영’을 하지 않더라도 소유할 수 있다. 셋째, ‘농업경영을 하지 아니하는 자’에 대해 1만㎡ 소유 상한을 두는 취지는 그 범위까지는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더라도 계속 소유할 수 있고 처분할 의무도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넷째, 비자경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요건을 갖추었으나 농지를 이용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처분할 의무를 진다고 농지법 규정을 해석하면 비자경 농지 소유를 규정한 조항이 의미가 없어진다. 다섯째, 농지법에 농지의 소유에 대한 규정과 농지의 이용에 관한 규정은 별도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상속한 농지에 대한 임대는 권한이지 의무가 아니므로 직접 농사를 짓지 않거나 임대하지 않았다고 해 상속할 농지를 처분할 의무는 없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농지법 정의 규정, 비자경 상속인의 농지 소유 제한 규정의 연혁, 생산수단으로써 농지의 성격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판결문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농업경영’은 농지법 제2조 제4호에서 별도로 그 뜻을 정의하고 있다. 즉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이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농업을 영위하는 것이 바로 ‘농업경영’이다. ‘농업경영’이라는 말에는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짓는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이유에서 농지를 임대하는 경우 역시 ‘농업경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보니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농업경영을 하지 아니하는 자’는 ‘농사를 직접 짓지 않는 자’와 ‘임대를 하지 않은 자’ 모두가 포함된다. 그 결과 농지법이 ‘농업경영을 하지 아니한 자’라도 상속에 따라 농지를 소유하도록 해놓고 한편에서 직접 농사를 짓거나 임대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농지를 처분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경영’을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경우’에 한정하면 상속인이 비자경 농지를 계속 소유하기 위해서는 농지법 규정에 따라 ‘정당한 사유’인 ‘임대나 사용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농지의 소유는 경자유전이 원칙이고 예외의 하나로 상속을 통해 농사를 직접 짓지 않더라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농지법에 따라 소유는 하되 그 상한선을 명확히 했고 초과할 경우에는 처분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농지법 개정을 통해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해 임대하거나 사용대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한선을 초과해 계속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개정된 농지법은 조건을 두어 비자경 상속인의 농지 소유 제한을 풀어 준 것일 뿐이지 이 규정이 결코 1만㎡ 내의 상속 농지에 대해서는 농사를 직접 짓거나 임대하는 방법으로 농지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지는 단순히 자산의 일부인 부동산이 아닌 식량 공급과 국토환경 보전을 위한 기반이며 농작물 생산을 위한 중요한 생산수단이다. 농지법도 이점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농지는 소극적으로 소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돼야만 한다. 농지법이 처음 시행된 1996년 1월 1일부터 어떠한 농지든 농업에 이용되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되지 않으면 처분할 의무를 규정했다. 만약 이번 대법원의 판결과 같이 상속받은 1만㎡ 이하의 농지가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용되지 않고 방치된다고 판단하면 이것이 바로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과 농지의 소유, 이용 및 보전을 규정한 농지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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