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조합장 선거, 또 가짜 선거되나

“소 2마리 위탁사육으로 조합원 자격 유지” 전국 제보 봇물

해당조합이 스스로 정리하는 것 외에 방법 없어 논란 불가피

  • 입력 2019.03.03 19:14
  • 수정 2019.03.05 09:5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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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지난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 무효소송 등 많은 후폭풍을 야기했음에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축협의 무자격조합원은 이번 선거에서도 많은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전국에서 무자격조합원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무자격조합원은 실제로 양축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사업과 이해관계가 없으면서도 복지나 배당을 과도하게 요구해 부정한 특혜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조합장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조합의 의사결정 왜곡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농협법시행령에 따르면 소는 2마리만 있어도 조합원 자격요건이 갖춰진다. 때문에 축협에서 운영하는 위탁사육장의 소가 무자격조합원을 유지하는 데에 악용되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남양주축협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100km 떨어진 충남 천안시와 경기 화성시에 한우 공동사육장을 조성했고 이 소들을 2마리씩 위탁해 축산농가가 아닌 284명에게 조합원 자격을 유지해 주던 것이 문제가 됐다. 남양주축협은 이들 무자격조합원을 지난달 25일 모두 정리했다고 밝혔다.

안양축협도 위탁사육장을 통해 유지하던 957명의 조합원 중 518명이 무자격조합원으로 밝혀졌고 이들의 자격을 모두 박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김제에서도 실제로 소를 키우지 않으면서도 위탁사육으로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무자격조합원의 존재가 드러났다. 조합 간부의 친인척, 농약판매상 등 실제로 축산을 하지 않는 무자격조합원의 실체가 보도되기도 했다. 임실축협에서는 현 조합장 직무대행마저 실제로 양축을 하지 않는 무자격조합원이고 이를 숨기기 위해 다른 조합원이 생산한 축산물을 자신의 경제사업 이용실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안동봉화축협은 무자격조합원에 혜택을 주고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경기지역 한 축산농가는 “소 2마리를 위탁사육해 조합원자격을 유지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도 “다른 지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감사를 통해 조합이 스스로 정리하지 않는 이상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무자격조합원 정리를 위해 합동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수시로 지도하고 있지만 정리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회원종합지원부 관계자는 “무자격인지 아닌지는 해당조합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중앙회에서는 서류를 직접 다 뒤져보지 않는 이상 판단이 어렵다. 농협법에도 조합원 자격을 1년 1회 이상 확인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정리를 하지 않은 것은 해당조합의 책임이다. 중앙회 감사부서를 통해 문제가 적발되면 징계조치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윤채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사무관은 “전수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감사를 통해 무자격조합원을 정리하고 지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100% 정리는 어렵다. 이번 선거에서도 잡음이 없을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며 “돈만 내면 소 2마리를 키워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 농·축협 설립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한두 해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으나 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무자격조합원을 최대한 정리하도록 지도를 강화하고 선거가 마무리되면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는 무자격조합원 문제에 대해 주인의식이 낮고 조합을 제대로 운영할 역량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상임이사는 “기본적으로는 독립법인이기 때문에 해당 조합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농협중앙회나 정부의 역할을 묻자면 지역조합들이 무자격조합원이 제대로 정리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했는지를 물을 수 있다”며 “다만 조합원이 부족해 해산 우려 때문에 무자격조합원을 유지하는 조합이 있다면 조합설립 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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