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남북 농업전문인력 교류 폭넓게 확대해야

  • 입력 2019.03.03 18:00
  • 기자명 이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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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남북 간에는 다양한 농업협력이 있었지만 정작 농업전문인력의 교류협력에는 진전이 더뎠다. 농업전문가 교류에 대한 적절한 협력과제와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라 하겠다. 북의 참여방식이 경직되어 있었던 것도 큰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사실 북의 해당조직에는 농업전문가의 참여가 없었거나 주도적이지 못했다.

향후 남북 간의 농업협력에 대한 수요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행 단계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다. 농업협력이라 제재 예외 항목이 대부분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이행 단계는 한반도의 주변 정세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주변정세는 북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제재의 완화 또는 해제 국면이 전개되고, 단계별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이어질 경우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주도적인 디딤돌 역할을 이미 자임한 상태이다. 이는 북미 간의 절차적 간극을 메우는 동시에 추진 동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남북 간 농업협력의 당면과제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농업협력의 근본적인 원칙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이미 합의된 사항은 이행함으로써 신뢰를 굳혀가야 한다는 점이다. 또 농업전문가 교류 확대를 통한 주변정세를 우회하는 전략적 접근 방식도 필요하다. 기존 방식 하에서 UN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규제로 인해 남북 간의 농업협력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준비단계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지 못했다.

현 단계 남북농업협력의 당위이자 선순위를 꼽자면 바로 ‘남북이 쌀을 나누고 함께 농사를 지어보면서 한반도농업의 진로를 모색해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벌써 이행했어야 할 합의 내용은 산림복원협력이다. 현재 쌀을 북녘 동포에게 전할 수 없고, 산림복원에 필요한 다양한 물자도 반출할 수 없다.

물론 이에 대한 정부의 곤혹스러움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당초 의도와는 달리 농업협력의 원칙도 세우지 못했고, 합의 사항도 이행하지 못한 셈이다. 전략적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농업전문가들의 교류협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향후 성과도 높여보자는 제안이 있다.

남북의 농업전문가 교류협력에는 우선 북의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과 우리의 농민단체가 연대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당국 간의 채널을 통한 R&D 인력의 연수에 관한 협력지원도 좋은 예시라 하겠다. 농업의 전후방 산업인 종자·농기계·농약 등 농산업분야 인력에 대한 교류 역시 필요한 일이다. 정부의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을 통한 제한적인 인적교류라 하더라도 이 역시 필요하다. 대북지원 민간단체도 북에 대해 농업전문가 교류협력에 대해 본격 요청해 볼일이다.

농업전문가 교류협력 방식으로는 우선 교육·연수 또는 학술행사 등을 함께 할 수 있겠다. 남북의 전문가들이 이런 방식을 통해 중장기 농업협력방안과 전문적인 영역의 협력과제를 모색해 볼 수 있다. 작은 성과라도 쌓이면 농업부문의 경협방안과 특정 R&D 과제를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 볼 수도 있다. 또 이런 협력을 통해 방역·검역·통관 등 남북교류협력에 직접 연계되는 제도를 정비할 시기도 왔다.

다음으로는 특정 지역에 ‘공동시범사업'을 통해 남북의 농업전문가들이 교류·협력하는 방식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교류협력에 관한 정치적인 부담을 낮춰 남북의 관계자들이 쉽게 참여토록 하는 방식이다. 대북 민간지원단체들이 활용하던 효율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향후에는 남북관계의 개선에 맞추어 일정 규모와 장비를 갖춘 ‘시범포장’을 조성해서 농업전문가들이 교류협력의 폭을 넓혀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국 간 협의를 통한 농업전문가의 교류협력을 본격 추진하는 방안도 이제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여기에는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부처 산하 기관이나 공기업이 참여할 수도 있겠다. 이를 통해 유전자관리, 질병관리, 첨단 R&D 과제, 당국 간 합의사항에 대한 세부실행계획, 대규모 농업 인프라 조성방안 등을 공동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농업협력 특별지구를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 북의 경우에도 해당 부처와 산하기관들이 오랫동안 북의 농업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우리와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농업전문가 교류협력에 대해 북은 우리가 변죽만 울리고는 정작 성과가 없을 것으로 불신해 왔다. 우리는 북의 농업전문가들이 정치적 위상이 낮기 때문에 협력의 성과가 낮을 것으로 예단해 왔다.

남북의 농업전문가들이 교류협력을 통해 농업협력의 중장기 비전과 단계별 세부 실행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으려면 인적교류의 주체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대학 또는 연구기관, 공기업 등이 주체로 나설 경우 당국 간의 주요 협력사업에 대한 협의를 맡아야 할 것이다. 지역개발 또는 특정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민간지원단체에서 맡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산·학·연이 공동 주체로 참여할 수도 있겠다.

농업전문가 교류협력의 전략적 성과는 우선 합의에서 이행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며, 이행시기가 다소 지연되더라도 상호 신뢰를 유지하면서 추진동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재 국면 하에서는 공동연구를 통해 추진방안을 다듬고, 제재의 완화 국면이 도래하면 전격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남북 간 다시 농업전문가 교류를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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