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영남서 푸드플랜 깃발을 들다

푸드플랜 선도지자체 탐방 ②
경북 상주시(도농복합형)

  • 입력 2019.03.0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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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생산부터 폐기까지, 먹거리의 전 순환과정을 공적인 영역에서 보장하려는 ‘푸드플랜’이 바야흐로 전국적으로 태동하고 있다. 지역푸드플랜은 농업 생산기반을 다지고 지역내 다양한 문제를 해소할 획기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2월 농식품부 지원사업에 선정된 푸드플랜 선도지자체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하며 푸드플랜의 가치와 미래를 가늠해본다.
 

상주 외서면 ‘봉강공동체’와 같은 자생적 민간 공동체들의 활동은 상주시가 로컬푸드와 푸드플랜 구축에 나설 수 있게 만든 주춧돌이 됐다. 지난달 26일 봉강공동체 소속 농민들의 농산물 꾸러미 포장 작업이 한창이다.
상주 외서면 ‘봉강공동체’와 같은 자생적 민간 공동체들의 활동은 상주시가 로컬푸드와 푸드플랜 구축에 나설 수 있게 만든 주춧돌이 됐다. 지난달 26일 봉강공동체 소속 농민들의 농산물 꾸러미 포장 작업이 한창이다.

영남지역은 로컬푸드나 공공급식 관련 정책이 대체로 타 지역에 비해 뒤쳐져 있다. 푸드플랜 구축에 있어 핸디캡을 안고 있는 셈이다. 영남권 푸드플랜의 선발주자로 나선 상주시(시장 황천모)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다른 지자체들이 저마다의 로컬푸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푸드플랜을 쌓아올리는 반면, 상주시는 로컬푸드와 푸드플랜을 동시에 구축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상주시가 영남권 최초 푸드플랜 구축에 나서게 된 건 기실 민간단체의 힘이다. 상주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다. 여성농민 마을공동체인 ‘봉강공동체’는 2009년부터 꾸러미·목요장터 등의 활동을 통해 안전먹거리와 로컬푸드의 초석을 다지며 지역 공동체들의 의식과 활동을 선도했다.

2017년엔 시민단체들의 꾸준한 고민과 논의 끝에 생산자들로 구성된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발족했고 지난해 상주 최초의 로컬푸드 직매장 ‘상주생각’을 개장했다. 비교적 활발한 귀농·귀촌에 힘입어 최근엔 귀농인조직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하고 자생적인 민간 공동체들은 상주를 대표하는 자랑거리로 발돋움했고, 바로 이들이 상주에서 로컬푸드와 푸드플랜을 의제화해낸 주인공들이다.

상주시도 이같은 장점을 살려 푸드플랜 속에 권역별(6개) 공동체 육성·지원을 중점과제로 설정했다. 민간의 역할을 극대화시킨다는 측면도 있거니와, 전국 6위에 해당하는 큰 땅덩이를 가진 지자체인 만큼 권역 구분으로 정책을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성패는 역시 상주시의 역할에 달려 있다. 조원희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은 “푸드플랜은 시장에 맡겼던 먹거리를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개념이다. 결국 지자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푸드플랜의 다양한 요소들을 관과 민이 적절히 분배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20여 생산자들이 모여 만든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자발적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벌이고 있을뿐 아니라 상주 푸드플랜 구축에 톱니바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지난해 9월 개장한 상주 최초의 로컬푸드 직매장 ‘상주생각.’
220여 생산자들이 모여 만든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자발적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벌이고 있을뿐 아니라 상주 푸드플랜 구축에 톱니바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지난해 9월 개장한 상주 최초의 로컬푸드 직매장 ‘상주생각.’

다행히 상주시가 의욕을 점점 다잡는 분위기다. 푸드플랜을 통해 연간 94억원의 파급효과를 예상할 만큼 전망도 긍정적으로 하고 있다. 이충훈 상주시 농식품산업팀장은 “상주의 농산물은 주로 도매시장 등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유통된다. 자급률이 30%가 채 되지 않고 학교급식 지역농산물 사용률도 40%에 불과하다. 푸드플랜이 잘만 갖춰지면 농가 생산기반도 안정되고 시민들도 상주의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시는 올해 농식품부 푸드플랜 패키지 지원사업 유치에 성공했다. 당장은 로컬푸드 기반이 취약한 만큼 하드웨어 구축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푸드플랜의 컨트롤타워가 될 푸드통합지원센터, 공공급식 식재료 수급을 담당할 먹거리유통센터, 가공원료 자급 및 농가소득 향상을 위한 거점가공센터, 안전먹거리 보장을 위한 농산물안전분석실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 미흡하다. 푸드플랜을 이끌어갈 시청 전담부서조차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봉강공동체 소속 농민 김정열씨(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는 “지역 내에서 먹거리 순환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하다. 그 중심은 소농이 돼야 한다. 소농들이 지역에 건강한 먹거리를 전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주는 비록 로컬푸드에 있어선 출발이 늦은 편이지만, 친환경농업에 있어선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선진지다. 푸드플랜이 ‘안전한 먹거리’를 지향하는 이상 이는 대단히 요긴한 무기가 된다. 든든한 친환경 생산기반 위에서 생산·유통·소비와 교육을 유기적으로 엮어낸다면 친환경농업과 푸드플랜의 괄목할 만한 시너지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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