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호 장관, 총선 보다 농정 챙겨야”

국회서 열린 장관과의 간담회서 쓴소리 나와
이 장관, 관료 반대로 소신농정 어려움 말하기도

  • 입력 2019.03.03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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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재인정부의 농업정책방향과 농정현안'을 설명하면서 성과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재인정부의 농업정책방향과 농정현안'을 설명하면서 성과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총선보다 농정을 더 챙기라는 직언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발대식과 연계해 마련된 장관과의 간담회 장에서다. 이 장관은 이날 토크콘서트 형식의 간담회에서 지역 농어민위원들이 사전에 질의한 내용에 ‘농식품부 관료들이 반대한다’거나 ‘공무원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답을 해 답답함을 자아냈다. 내년 선거운동에 힘쓰느라 정작 장관 역할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현장을 지켜보던 끝에 한 참가자가 ‘제대로 해야 내년 총선도 승산이 있다’는 쓴소리를 한 것이다.

26일 간담회는 이개호 장관이 ‘문재인정부의 농업정책 방향 및 농정현안’을 주제로 국정과제 추진 성과와 올해 농식품부의 주요 농정방향을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장관이 설명한 농정방향은 새로울 것이 없었다. 쌀값상승,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문재인농정의 성과를 설명했고 직불제 개편, 동물간호복지사 등 새로운 일자리 도입, 스마트농업 등을 올해 농정과제로 꼽았다.

이어 위성곤 전국농어민위원장이 사전에 접수한 질문을 이 장관이 답변하는 간담회가 진행됐다.

위 위원장은 질문자들을 대신해 우리 농정의 부족한 면을 짚어나갔다. 예를 들면 겨울채소의 산지폐기가 이어지는 제주·남부지역 농민들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작물파종 생육데이터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시했다. 현재와 같이 재배의향만 조사하는 것을 탈피해 국가단위로 구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올해 유별나게 산지폐기가 많다. 사전에 생산량을 조절하도록 농가 지도를 통해 산지폐기를 줄여나가야 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채소 소비가 너무 줄어들고 있다. 왜 줄어들까 분석하는데, 혼밥족이 늘어 집에서 간단히 먹거나 간편식을 먹는다. 농촌에도 직격탄이 되는 악순환이다. 채소 소비를 늘리는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답을 했다. 하지만 산지폐기의 원인을 소비감소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은 농업계 누구나 안다. 배추값이 폭락하는 동안 김치 수입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실을 함구해선 반쪽짜리 대책이 나올 뿐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위성곤 더불어미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이 사전에 준비한 질문에 이개호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이 사전에 준비한 질문을 하자 이개호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밀 등 곡물 30% 자급 목표가 필요하다는 질문에는 “우리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나도 관심이 많다. 국산밀육성법을 내가 대표발의하지 않았나.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대해 통과 못하고 있다”거나 “우리밀이 비싼데 맛도 좋지 않다는 평이다. 새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이 줄기차게 연구하고는 있다는데 아직 답을 안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또한 이 장관은 “곡물자급률이 현재 23%다. 이를 30%로 올리자는 것은 엄청 높은 수치를 말하는 것”이라며 “식량안보와 관련해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자급률 법제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내가 취임하면서 법제화 얘기를 했는데, 관료들이 안 되는 얘기만 하더라. 그래서 목표를 공표하는 규범을 만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개호 장관은 현행 대규모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대한 문제의식도 분명하지만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빅데이터 미비, 시기상조 등에 대해 동감하지만 장관 취임 전에 정책화 됐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면서 “스마트팜 기술력을 높여가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도입은 어쩔 수 없이 하되 내년부터는 희망하는 농가를 중심으로 농가단위 중소규모로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농산물 가공에 대한 뾰족한 답도 얻지 못했다. 위성곤 위원장은 “농가가 소규모로 가공을 하는 것이 어렵다. 농업기술센터 단위별로 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가공공장을 만들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이 있다면 소규모 가공도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장관은 “농산물을 가공해서 팔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절실한 과제이지만 현장적용이 어려운 이유는 국민건강 문제에 결부돼 있어서다. 위 의원 말대로 농업기술센터에서 시설 갖추고 가공식품 만드는 것은 시험용으로만 만들 수 있을 뿐 팔 수는 없다. 법과 제도를 완화하는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 농진청과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위 의원은 “제도 완화가 아니라 공장등록을 하고 다품종 기계를 두면 된다. 몇 곳이라도 시범사업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머리를 이어갔다.

이후 진행된 현장질의는 좀 더 공격적이었다. ‘스마트농업’에 대해 공급과잉 상태인 우리 농업현실에서 왜 대규모 생산시설을 추진하는지에 대한 질타를 비롯해 생산조정제로 사료용벼를 심지만 수입건초만 찾는 현실을 개선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특히 경남의 한 참석자는 “내년에 총선이 있는데, 장관 생각처럼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농정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농업 예산은 1,000억원도 늘리지 못했다. 내 지역구 챙기느라 시간만 흐르고 지역구 일만 생각한다. 농어민을 깊이 생각해 달라”고 충고했다.

이 날 이개호 장관은 ‘연가’를 내고 이 행사를 참가했다고 했다. 여당의 전국농어민위원회 발대식에 농식품부 장관 이름표 보다는 국회의원 이름표를 달고 참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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