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내가 혹시 친일파는 아닐까?

  • 입력 2019.02.24 18:00
  • 기자명 이대종(전북 고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대종(전북 고창)
이대종(전북 고창)

올해는 3.1절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여러 행사가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3.1절은 운동인가, 항쟁인가, 혁명인가?

토론과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운동이라고 부르는 건 아닌 것 같다.

뭔가 축소, 왜곡, 은폐한 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익숙하게 그저 3.1운동, 3.1만세시위 정도로 가볍게 부르고 만다.

뭔가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은 편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무섭다.

우리의 선배영령, 구국열사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싸웠는지, 이를 짓밟은 일제 침략자들의 만행이 얼마나 무자비했는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우리가 이처럼 몰가치한 말을 사용해오는 동안 우리 안의 친일잔재들이 너무나 버젓이 몹시도 당당하게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음이다.

그것들은 음습한 곳에서 숨죽이고 있지 않다.

광장에, 표지판에, 각종 기념물에 차고도 넘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산다. 몰라서 그렇기도 하고 알고도 눈 감는다.

고창을 놓고 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등재된 서정주는 생가와 문학관, 그를 기리는 축제까지 있고 여기에 우리 세금이 지원된다. 김성수는 친일반민족행위자임이 틀림없다는 대법원의 판결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촌로’라는 도로명과 동상으로 살아 아직도 그 명성을 이어간다.

이웃한 정읍 황토현에 서 있는 녹두장군은 친일작가 김경승이 조각했다.

우리는 어찌하여 이다지도 무지하고 관대한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내놓는 자료들을 보면 우리 안의 친일잔재들이 얼마나 뿌리 깊게 우리 생활 곳곳에 널려 있는지 새삼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이쯤 되면 내가 혹시 친일파는 아닌지 한번 검토하고 뒤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 더 늦기 전에 뿌리 뽑아야 한다.

친일잔재는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

친일잔재 청산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고창군농민회는 지난해 김성수를 기리는 ‘인촌로’ 도로명 개정 문제를 제기했다.

고창군청에서는 도로명 개정 문제와 새마을공원 동상 문제를 연계하여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 이 일이 어찌되었는지 오리무중이고 우리도 별 관심을 두지 못했다.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데 이래서는 안될 일이다.

3.1절 100주년을 맞이하며 다짐한다. 그리고 우리 다 같이 다짐해볼 일이다.

우리 안의 친일파, 내 마음 속의 친일잔재를 척결하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