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유기농업 교류,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 입력 2019.02.24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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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향후 재개될 남북 농업교류의 일환으로 유기농업 분야의 교류 강화도 중요시된다. 친환경농업계도 한반도 전역의 생태농업지대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민족유기농업’ 강화는 필요한 조치다. 이를 위해선 남북 간에 유기농업 실정 및 기술 관련 공유가 잘 이뤄져야 한다는 게 친환경농업계의 입장이다.

남북 유기농업 교류의 태동

북의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던 2000년대 중반, 남북 간에 적게나마 유기농업 교류가 진행됐다. 통일농수산사업단은 2005~2008년에 걸쳐 총 1,760톤의 유기질비료를 북측 금강산지역의 삼일포·금천리협동농장, 개성 송도리협동농장 등에 지원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또한 2005~2010년 평양 당곡리협동농장에 총 513톤의 유기질비료를 보냈다.

한편 경기도는 평양의 자원순환형 축산지원사업을 2008~2010년에 걸쳐 지원했다. 그 과정에서 평양돼지공장 내에 매일 2,000두의 돼지똥을 처리할 수 있는 축분발전소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초창기 남북 유기농업 교류는 2010년 이명박정권의 5.24조치 선언으로 전면 중단됐다.

무엇을,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

전문가 일각에선 기존의 관행농업 중심 남북 농업교류를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동안 남북 농업교류 또한 화학비료 지원 등 관행농업 중심적으로 이뤄져 왔고, 한반도 전역의 생태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교류계획 또한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정만철 농촌과자치연구소 소장(아이폼 아시아연맹 이사)은 향후 남북 농업협력에 대해 “일시적 식량지원 목적이 아닌 한반도 전체 식량계획 수립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남북 공동으로 농업환경과 생태보전을 통한 한반도 생태공동체 구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유기농업 중심 남북 교류협력 추진 △남북 유기농업 기반 공동조사 △유기농업 실천 농민 및 공무원의 역량 강화 위한 교육, 연수 △유기농자재 지원 및 생산기반 확충 등의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정 소장의 입장이다.

남북 유기농업 교류 과정에선 유무상통, 즉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교류가 필요하다. 예컨대 북의 경우 남측보다 병해충 방제 기술이 뛰어나다. 북의 고려생물약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강록’과 ‘명록’이 대표적인 식물성 약재인데, 강록은 병과벌레의 발생을 예방하며, 명록은 딱정벌레, 진딧물, 붉은 진드기, 벼잎파리, 대벌레 등 각종 벌레들에 대한 방제 효과가 탁월하다.

북은 그 동안 개발한 식물성 약재 관련 내용을 담은 ‘고려식물성농약(평양 농업종합출판사, 2001년)’을 발간했는데, 이 책은 남측에서도 ‘약 안치고 농사짓기’란 제목으로 2012년 출판된 바 있다. 이처럼 남북 서로 간에 각자 발달된 기술을 교류하는 게 필요하다.

한편으로 남북 공동의 자원순환형 농업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등의 2008년 논문 ‘한반도 자원순환형 친환경농업 발전 방향과 과제’에 따르면, 2008년 남측은 질소 16만6,809톤, 인산 7만8,508톤의 잉여량이 나오는 데 반해 북측은 질소와 인산 각각 19만2,074톤, 14만2,853톤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10년 전 자료임을 감안해도 이후 남측은 당시보다도 더 극심한 양분과잉에 시달리는 상태로, 남북 간 통합 자원순환 생산체계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남북 공동 생태농업지대 구축해야

이태헌 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는 “독일이 동서독 통일 이전 친환경농업지대를 만들어 교류했던 사례를 참고해, 남북 간에도 비무장지대(DMZ)에 생태농업지대를 만들어 농업교류 및 생태관광지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일농수산사업단은 남북 강원도의 철원-김화-평강-세포 일대에 생태농업단지를 조성하고 이 지역의 생물종 복원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생태농업단지는 북측 강원도의 세포군에 위치한 축산단지와도 연계해 경축순환농업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론 남북 농업협력의 중부협력벨트로서 만들어야 한다는 게 통일농수산사업단 측의 주장이다.

정만철 소장은 북측 강원도 안변군과 DMZ, 남측 강원도 철원군, 전남 순천시를 잇는 두루미 월동지 환경 조성을 위해 남북 공동으로 유기농업지대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부터 국제두루미재단 등 해외단체들이 안변의 두루미 월동지 복원을 위해 지역 유기농업 확산을 통한 생태환경 조성에 나선 바 있는데, 이러한 생태환경 조성사업을 한반도 내의 또 다른 두루미 서식지인 순천, 철원 등과 연계해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업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는 환경운동 관계자들에 비해, 농업계에선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정 소장은 “향후 농업계도 한반도 생태농업 지대화를 위한 방안으로서 남북 공동 두루미 월동지 복원사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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