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유기농 가치 폄하

과기정통부 명의 블로그서 유기농 폄하 글 올려

  • 입력 2019.02.24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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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14년 7월 25일 친환경농업계는 KBS의 ‘KBS 파노라마-친환경 유기농의 진실' 방송에 유기농의 가치를 폄하하는 내용이 담긴 데 대해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한 참가자가 KBS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제공
2014년 7월 25일 친환경농업계는 KBS의 ‘KBS 파노라마-친환경 유기농의 진실' 방송에 유기농의 가치를 폄하하는 내용이 담긴 데 대해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한 참가자가 KBS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 과기정통부) 운영 블로그에서 유기농업의 가치를 폄하하는 글이 실려 친환경농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과기정통부 명의 블로그엔 지난달 31일 ‘친환경 제품은 과연 안전할까?’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랐다. 해당 글에선 “인위적 합성농약의 위해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의 반발작용으로 전통으로 회귀하는 게 더 자연스럽고 유해성이 덜하리란 믿음이 퍼졌지만, 합성농약이 더 위험하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면서 오히려 천연비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시 세균이나 기생충이 증식할 수 있다거나,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 자생식물이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독소를 내뿜는 경우가 있으니 유기농이 반드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이어 유기농의 지구 환경보호적 측면에 대해 “오히려 지구 환경 파괴를 조장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거나 “어떤 연구 결과에서는 유기농에 사용되는 천연비료 성분 상당수가 농작물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토양에 남아 염분농도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화학비료보다 토양오염을 더 가속화시킨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토양오염은 비료 자체의 과도한 사용에 따른 것으로, 유기농 과정에서 천연비료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토양오염의 원인이라 보긴 힘들다는 게 친환경농업계의 입장이다.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측은 자생식물의 병해충 방어물질에 대해 “상처가 아물거나 병해충의 공격이 끝나면 분해돼 사라지는 자연스러운 생리대사 산물로, 항암물질인 항산화물질도 이에 해당된다”며 “관행농산물에도 방어물질은 존재한다”고 반론했다.

유기농업이 오히려 지구 환경 파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단편적인 시각이다. 유기농업은 일반농업과 달리 생산량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농업이 아니다. 유럽연합 및 미국에선 유기농업의 생산량 증대보다, 유기농업과 공익형 직불제의 연계를 통한 생태환경 보전 성격을 강화하고자 노력 중이다.

과기정통부의 글은 또한 2011년 유럽에서 발생한 장출혈성 대장균(O-157)의 오염원을 스페인산 유기농 오이로 잘못 보도했던 기사들을 인용했다. 이 오보들 때문에 유럽의 유기농가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O-157균 발생은 유기농산물 때문이 아닌 걸로 최종 판명됐다.

최덕천 상지대 교양대학 교수는 “유기농업에 대해 미시분석적 사고방식으로 한 측면만 바라볼 시 이처럼 유기농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심는 이야기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특히 언론에서 유기농의 성격 및 가치에 대해 오인하거나 폄하하는 보도가 늘어나 우려스럽다”며 “아무리 블로그 기자단 소속 기자가 올린 글이라 해도 이 글이 과기정통부 이름을 단 블로그에 오른다는 것은, 과기정통부가 내용을 인정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제대로 내용을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한편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강용, 친환경자조금)는 문제의 글을 허용한 과기정통부 측에 지난 21일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친환경자조금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유기농에 대한 진실을 철저하게 왜곡하고,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무시하며 친환경농민을 새빨간 거짓말쟁이로 만든 이 사건과 관련해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진실된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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