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GMO 감자 이야기

  • 입력 2019.02.24 18:00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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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새 정부가 들어서고 그동안 막혔던 온갖 민원들이 봇물 터지듯 청와대 민원으로 올라가던 때, 유전자조작체(GMO) 완전 표시제에 대한 민원도 올라갔다. 그러나 대통령선거 때의 공약이 무색하게 그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지난 10여 년간 식약처에서 했던 대답과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많은 국민들이 불만을 표했으나 정부는 그 어떤 만족스러운 대답을 다시 내놓지 않았다. 대신 식약처는 새로운 GMO를 승인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것은 바로 GMO 감자였다. 사실 GMO 감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수입을 승인했던 작물 중 하나이다. 그래서 표시대상에도 들어가 있다. 표시대상이면 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수입된 GMO는 대부분 농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관심도 그만큼 높았다. 제초제내성, 살충성 GMO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농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GMO가 약 20여 년 재배되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독성이 강한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잡초가 나오거나, 살충성으로 인해 해당 해충이 사라지자 그 해충의 천적이었던 새로운 해충이 나타나는 등 전에 없던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그것을 재배하던 농민들 사이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불만들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에 대한 문제들이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과연 GMO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재미를 봤던 농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GMO 대신 새로운 GMO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이번에 문제가 된 GMO 감자이고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됐던 GMO 벼이다.

이 두가지의 공통점은 그것이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걸 2세대 GMO라고 부른다. 2세대 GMO들은 대부분 특정 성분을 강화하는 등의 기능성 작물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됐던 GMO 벼는 노화방지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진 레스베라트롤 성분을 강화한 벼였다. 이번에 수입 승인으로 문제가 된 GMO 감자는 아크릴아미드를 생성하지 않는 감자라고 알려져 있다.

감자는 탄수화물 덩어리이고 그 탄수화물 중에는 기름과 결합하면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미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있다. 약 15년 전 감자튀김은 발암물질이 있다고 문제가 됐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감자튀김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번의 GMO 감자인 셈이다. 마치 소비자들을 위해 개발된 듯 한 이 감자는 GMO라는 사실만 알 수 없다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감자인 듯 보일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러나 이미 GMO에 대한 우려가 많은 국민들은 이를 그냥 두지 않았다. 수입을 반대하는 움직임도 많았고 심지어 국회의원조차도 이를 문제 삼았다. 그 덕분일까. 올해 2월에 결론을 내겠다던 식약처는 2월도 중순이 지난 지금까지도 잠잠하다. 식약처가 수입에 관한 절차를 다 거쳤으면서도 여론 수렴이라는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쳐 결론을 내지 못한 경우는 지금까지 GMO 수입 승인을 하는 과정에서 처음이다.

이번 GMO 감자 사례를 보면서 깨닫는 게 있다. 이미 대통령을 그 권좌(?)에서 끌어내린 경험이 있는 국민들은 이제 자신들의 관심사에 대해 과거처럼 정부가 알아서 하려니라는 마음으로 그냥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무슨 마음을 먹고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제1야당이라는 곳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지껄였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우리 국민들이 예전의 말없이 참고 살던 그 시절의 국민들처럼 보였나 보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그런 국민들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 국회, 정부, 사법부 등 자신들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자들은 이제라도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정말 자랑스러운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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