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남북농업협력, 민관공동추진체계를 점검하자

  • 입력 2019.02.15 15:37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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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남북관계는 여러 분야에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북미관계 역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라는 방식을 통해 긍정적으로 진전되는 듯하다. 비핵화와 제재해제, 북미관계 정상화 등 추진과정 상의 난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그렇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여러 채널을 통해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위한 실무적인 추진체계를 다시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교류협력을 위한 실무체계란 남북협력방안을 기획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현장 활동과 모니터링 평가 등의 과정을 통해 협력수준을 높여가는 제반 과정을 수행하는 기구 또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엔 전담조직을 구성할 수도 있고 민관 거버넌스 체계를 포함할 수도 있다.

당분간은 남북 당국 간의 협의를 통해 여러 분야의 협력과제가 도출될 것이고, 이를 수행하는 실무체계 역시 남북 당국의 산하 부처 또는 기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매우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민간전문가 그룹이 과업지원단 형식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역단위개발 방식과 부문단위의 개발협력에 관한 필요성과 협력수요는 당국 간의 협력과 함께 매우 다양하고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지원단체가 주도적으로 협력과제를 발굴, 수행해야 할 가능성이 함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부문의 협력에 있어서는 유전자원 및 종자개발, 연구개발(R&D)센터, 방역, 통관·검역 등은 당국 간의 협의를 통해 진행되겠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에서 진행되는 특성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기구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또 농업부문의 협력은 비록 지역단위에서 추진되더라도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매우 필요한 영역인데다 광역단위로 진행되는 특성 때문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그룹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를 뒷받침 할 우리 지방정부의 행정적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기구 등이 주도하는 농업협력은 특정지역의 협동농장을 대상으로 식량증산, 소득 작물 개발, 농업물류거점구축, 농업기술인력양성, 주거환경개선, 소액금융지원 등에 관한 지역종합개발 방식의 협력프로그램으로 진행될 공산이 높다. 지정학적 위치 또는 기존의 중요한 농업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중앙정부 간의 합의에 의한 시범사업이 진행될 여지도 있다.

농업부문 협력을 전담할 실무추진체계는 우선 분야별 협력구상을 기획하고 현지 영농조건과 협력수요를 조사한 뒤 북과 협의를 통해 최종적인 협력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소요되는 재원과 영농물자를 적기에 조달, 공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재무회계실무 및 반·출입에 관한 무역실무, 그리고 물류실무 등의 역량이 필요하다.

또 식량·축산·시설원예·과수·특작 등 분야별 생산·재배기술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여러 방식의 기술지원이 가능토록 현장 활동가그룹을 구성해야 한다. 모니터링 전문가와 공동평가단을 구성해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보완, 촉진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진행과정과 종합평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남측 이해당사자의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처럼 다양한 협력을 통해 도출되는 성과가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토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개발전문가 그룹도 함께 해야 한다. 이들은 특정 시·군별로 협력거점이 구축될 경우 중복될 우려가 있는 협력과제를 조정하거나 거점별 클러스터로 연계해서 협력시너지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농업협력 실무추진체계에는 이처럼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현지 활동가 그룹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민·관 거버넌스 방식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우 광역지자체에는 농업기술원과 체계적인 행정조직, 그리고 다양한 협회와 단체들이 있기 때문에 민·관 거버넌스 방식의 실무추진체계를 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하겠다. 다만 현행 제도 하에서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집행할 때 통일부의 경우 일반 관리비를 편성하지 않았고 지자체에서도 이를 준용했기 때문에 예산상의 문제가 실무추진체계를 운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 왔다.

현재 남북교류협력촉진법의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대북지원사업자’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남북협력에 지자체의 역할을 높여나가겠다는 방향은 설정되어 있으나 여야의 견해차이가 커 당분간 이 조항이 법 개정 과정에 포함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지자체는 당분간 당국 간의 합의사항을 추진하는 데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거나, 아니면 대북민간지원단체와 함께 남북협력을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남북협력과 관련해 좋은 실무추진체계를 구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이번 2차 북미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체제에 진전된 국면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비록 조심스런 분석을 전제로 하지만 향후 북에 대한 제재국면이 완화되거나 일부 해소되면서 남북 간의 교류협력사업도 가시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강산·원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를 중심으로 남북 간의 다양한 교류협력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제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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