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협개혁운동의 새로운 원년

  • 입력 2019.02.15 14:38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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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사회)

오는 3월 13일은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선거 날이다. 이번에는 우리 농업·농촌과 농민의 현실을 개혁하는 데 몸과 마음을 제대로 바칠 심부름꾼들이 얼마나 탄생할 것인가. 현 정부 들어 농협개혁과제는 뒷전인 데다 농민단체들도 지속적·집중적으로 농협개혁운동을 실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장은 조합원의 알권리를 박탈한 이른바 ‘깜깜이 선거’가 강제되고 있다. 돈 선거가 부추겨지면서 조합원들은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후보들만의 판이 돌아가는 형국이다.

제대로 된 조합장과 중앙회장을 만들어 농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게 하고, 농업·농민의 협동화와 조직화, 농촌사회 민주화의 활기찬 진지로 또한 물적 토대로서 대중사업 근거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농민단체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한편으로는 신용사업 위주의 임직원 지배 조합으로 전락하고 자체사업을 위주로 하는 주식회사 방식의 거대공룡 중앙회가 조합원과 조합의 공동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협동조합 정체성을 잃어버린 판세 앞에서, 어디서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엄두를 못낸 결과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 정부가 농정개혁은커녕 농정방기와 불통농정에 아예 ‘농’을 머릿속에 지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난 20여 개월을 보내는 데 대한 대응에 겨를이 없었던 탓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신발 끈을 고쳐 맬 시점이다. 현장에서부터 지속적·집중적으로 농협개혁운동을 실천할 실행주체를 세우는 것이다. 규모가 어떻든 여건이 되는 조합별로, 시·군 단위별로 조합운영을 감시하고 교육사업을 끌어내고 대의원과 이·감사 협의회를 조직하고 당면 농정현안과 지역농정문제, 조합원 실익제고 의제들을 발굴하여 해결하는 실행주체를 세우는 조직사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함께 대통령 직속 농특위에 특별위원회(아니면 분과위원회 소위 형태 등)를 설치해 왜곡된 지주회사 방식의 주식회사 중앙회를 진정한 연합회 방식의 중앙회로의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현재 300명 이내 대의원들이 밀실에서 해치우는 중앙회장 선거방식을 조합원 총의가 반영되는 중앙회장 직선방식을 추진하는 것이다.

총의가 반영되는 가장 궁극적인 방식은 조합원이 직접 뽑는 것이다. 우선은 중앙회의 회원(조합·연합회) 대표들이 직접 뽑도록 하는 것이 손쉬운 추진목표일 수 있고, 그들이 직접 뽑되 조합원의 총의가 반영되는 방안을 찾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 하지만 차제에 아예 중앙회장만은 조합원들이 직접 뽑는 방안(조합장선거와 중앙회장선거를 동시에 치르고 조합원 1인2표제를 실시)을 찾는 것도 더 나을 수 있다. 오히려 탈농민화한 거대공룡 중앙회를 농민의 품으로 되찾는 개혁운동의 대중적 전선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근본적인 구조개혁 추진과 함께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개혁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물론 중앙회를 조합원의 실익과 회원조합의 공동이익에 헌신하는 진정한 연합조직이 되도록 하는 구조개혁이 핵심과제이겠지만, 당면해서는 복잡한 구조개혁과 별도로 조직운영과 사업경영에서 조합원의 실익과 회원조합의 공동이익을 최대화하는 중앙회 혁신방안을 공약화하고 이를 실천할 중앙회장 선거 대응활동을 조직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하튼 앞으로 농협개혁운동의 대중적 전선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서는 현장 동력 담보나 실행주체 세우기도 이번 3.13 동시선거로 조성되는 지역조합 여건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 농민운동 진영이 농협개혁역량을 현장에서부터 얼마나 제대로 조직하고 화력을 집중해왔는지를 따져들기만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정말 더 이상 백약이 무효인, 서로 외면하고 절망만 하는 상황을 맞이하기 전에, 앞으로 10년을 목표로 해서 규모가 어떻더라도 지속적·집중적으로 농협개혁운동을 소명으로 수행하는 실행주체를 조합별로, 시·군별로 꾸리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조합장 선거와 중앙회장 선거가 10개월 여 사이로 연이어 오는 올해가 농민운동사에서 농협개혁운동의 새 원년으로 새겨지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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