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농민, 금강산서 10여년 만에 손 맞잡다

'남북공동선언 이행 위한 새해맞이 연대모임' 부문 상봉서
통일트랙터사업·남북농민공동행사 등 각종 의제 논의

  • 입력 2019.02.15 14:39
  • 수정 2019.02.15 15:08
  • 기자명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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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지난 13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 행사에서 부문 상봉을 마친 남북농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지난 13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 행사에서 부문 상봉을 마친 남북농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지난해 615공동위원회 남·북·해외가 합의했던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 행사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됐다. 새해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한 힘을 모으는 장으로서 615남측위원회를 비롯한 각계가 공동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준비해 드디어 연대모임이 성사됐다.

2004년 남북농민 통일행사가 진행됐던 금강산, 그 역사적인 현장에서 10여 년 간 단절됐던 남북의 농민들이 다시 만나 새로운 평화·번영의 시대, 통일의 새날을 열어나가는 역사적 시기에 함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2일 새벽 서울 경복궁에서 출발한 대표단은 달리면 그리 멀지않은 금강산에 출입·경 절차 등을 거치느라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도착했다. 금강산 호텔에 짐을 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금강산 문화궁전에 이르자 반갑게 이름까지 불러주며 맞이하는 북측 관계자들과 얼마 전 만났던 친구처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이날 연대모임에서 남·북·해외 대표는 ‘8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공동호소문’을 채택했다. 호소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온 겨레의 염원을 담아 남북 정상이 열어가는 새로운 남북 관계 발전을 적극 지지하고 새로운 평화번영의 시대를 다함께 힘껏 열어나가자!

2.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운동을 남과 북, 해외에서 적극 벌여나가자!

3. 남북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활성화하여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자!

4. 온 겨레의 슬기와 지혜를 합쳐 평화와 통일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나가자!

13일엔 해금강 해맞이로 하루 일정이 시작됐다. 장엄한 태양이 아름다운 해금강 앞바다에 선명히 떠오르며 함께한 모든 이들의 가슴에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시켜주는 듯 했다.

농업 부문 상봉이 열렸고 북측에서는 려혜정 농업근로자동맹 부위원장을 비롯해 4명이, 우리는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정한길 가톨릭농민회 회장 등 11명이 참석했다.

려혜정 농근맹 부위원장과 박행덕 의장은 지난해 남북정상의 세 차례 상봉과 역사적 선언으로부터 조성된 사변적 전환의 시대를 맞아 농민들이 함께 손 맞잡고 실천해 나가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특히 김재욱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이 통일트랙터 사업에 대해 설명하자 려혜정 농근맹 부위원장은 좋은 일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힘을 합쳐 이뤄나가자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이날 남북농민들은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통일트랙터 사업은 대북제재 해제와 남북농민 간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라는데 공감하고 그 방향에서 힘을 모아 나간다.

2. 올해 4월 27일부터 9월 19일 안에 남북농민 공동행사가 성사될 수 있도록 논의해 나간다.

3. 서류로 제출된 의제(공동경작지 조성, 상호방문 통일품앗이 사업, 백두산-한라산 교차방문 사업, 남북공동 식량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 등 남북농민교류사업)는 공동행사 준비과정에서 계속 협의해 나간다.

시기·규모·장소 등 보다 구체적인 합의를 해내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북미회담을 앞두고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 등 앞으로 전개될 정세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장담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다. 그러나 힘 있게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란 서로의 믿음은 분명했다.

“민족의 식량을 책임진 농민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 땅에 태를 묻은 농민이라면 모두 통일 애국의 길에 나서야 되지 않겠는가”라며 힘줘 말하던 채선화 농업분과 위원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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