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친환경 실천의 고수, 여성농민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친환경 실천의 고수, 여성농민
  • 구점숙(경남 남해)
  • 승인 2019.02.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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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성질 급한 홍매는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지 한참이나 됐고, 다른 꽃나무들도 여차하면 꽃눈을 터뜨릴 기세를 하고서는 낮 기온과 밤 온도를 재고 있습니다.

낮 기온이 13도로 올라가면 겨울잠을 자던 사랑스런 마늘의 생육이 다시 시작됩니다. 이때가 되면 온 들판에 농민들이 추비를 하거나 영양제를 주느라 바쁩니다. 우리집도 이때를 기다려 고등어 액비를 희석해서 살포합니다.

대관절 고등어 액비란 무엇이던가? 작물들에게 흡수가 잘 되는 친환경 액비로서 다량의 아미노산 성분이 포함된 최고급영양제입니다. 이를 만들려면 장날마다 고등어 몇 마리를 사면서 덤으로 고등어 내장이나 머리 등을 얻어 와서 항아리에 켜켜이 담고서 잘 삭은 부엽토를 얹어서 3개월 이상 발효시켜야 합니다.

이 좋은 고급 수제 장인 천연액비로 말할 것 같으면, 똥 묻은 개도 코를 막고서 한 편으로 비켜갈 정도의 초특급 악취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등어 액비를 5리터의 작은 통에 뜨는 날은 장을 뜨듯이 날을 받아 완전 무장을 해야만 가능합니다.

이 고약한 고등어 액비를 담는 것부터 뜨는 것까지 대체 누가 할까요? 상상하신 대로 물론 언제나 내가 합니다. 다른 힘든 일은 기꺼이 감당하는 남편이 손수 먼저 고등어 액비를 뜨는 일이 결코 없습니다.

대가댁 공자라도 되는 냥으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관망의 태도를 취합니다. 이러니 친환경 농업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분이 교육에 참가할 때는 부부동반으로 같이 하기를 권했나 봅니다.

친환경농업은 친환경실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법이고, 제초하는 과정이며 액비를 만드는 등 전 과정에서 집밥을 해먹듯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쳐야 합니다. 농약방에서 몇 만원 만 들이면 손쉽게 구할 그 모든 것을 시간과 악취, 요통과 싸우며 원칙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지요.

그런데 친환경교육사업을 죽 해오던 강사분은 어떤 이론서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에서 섬세한 통찰로 멋들어진 결론을 얻었던 것입니다. 친환경실천은 여성농민이 더 고수라는….

이쯤 되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지 다들 눈치 채셨지요? 그렇습니다. 친환경실천에 있어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이 여성농민의 힘, 친환경 강사도 다 아는 여성농민의 저력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여성농민이라 하여 다 친환경 실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자신의 철학으로 자리를 잡는다면야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굳세게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그 무엇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요. 그 힘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스크에 고무장갑·고무장화로 완전 무장을 하고서 액비 장독대로 나갈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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