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살 그녀들은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다

  • 입력 2019.02.15 14: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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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농촌마을 할머니들이 주인공인 아주 특별한 다큐가 개봉된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평균나이 86세의 할머니들이 주인공인「칠곡가시나들」이다.

한평생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늦은 나이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인생의 동력을 얻게 된다. 인생의 팔십 줄에 느낀 배움이라는 즐거움은 그녀들의 하루하루를 설레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그녀들은 우리 역사의 한 조각이다.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상처의 시대였던 일제의 식민통치 속에서 태어나 1960년대 보릿고개를 넘으며 살아오신 역사의 산 증인들이다.

뿌리 깊었던 남아선호 사상과 여성의 배움이 경시됐던 시절을 살아온 그녀들. 엄혹한 시대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녀들은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했다.

현재 한글학교의 대부분은 70~80대의 할머니들이다. 평생 처음으로 글자를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그녀들은 삶을 새롭게 그리고 있다. 글을 통해 자신을 넘어서게 되고 두려워했던 것으로부터 당당하게 마주칠 용기를 갖게 됐다.

할머니들은 젊은 사람들이 떠난 쇠락해 가는 고향에 남아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2015년 발간된 첫 번째 시집 「시가 뭐고?」에는 그녀들의 팔십 인생, 꼭꼭 숨겨 두었던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감자 오키로, 밭 김메기, 고추모종 시집가는 날, 고추농사, 호박, 태풍, 가뭄 끝에’라는 제목에서는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여성농민의 고단함과 일상을 느낄 수 있다. 배움의 기쁨, 배움의 열정으로 그녀들의 고단했던 삶은 살맛나는 세상이 됐다.

그녀들에게 좀 더 일찍 배움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아마도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지금까지 특히, 농촌의 많은 여성들은 딸, 어머니, 아내,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숨죽여 살아갈 것을 강요당해 왔다.

하지만 그녀들은 과거는 과거로 흘려보내고 평생소원인 글을 배우면서 더욱 즐거워진 삶에 감사해했다. 그녀들이 배울 권리, 더욱 행복할 권리는 당연히 그녀들의 것이고, 그녀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은 늦지 않았다.

지금 우리의 농촌마을을 지키고 있는 대부분은 영화의 주인공과 마찬가지인 할머니들이다. 이미 할머니들은 농촌사회의 주요 구성원이고 그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농업·농촌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며 잊고 있는 듯하다. 우리 농업·농촌을 지켰고 지금도 농촌의 터를 잡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분들에게는 농업, 농촌의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현재 그녀들의 삶, 농민의 삶이 행복하다면 미래는 희망이 있다.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 그녀들이 우리의 곁에 오래도록 함께 해주어 우리의 미래가 그분들의 발자국 하나하나와 함께 하길 희망한다.

세월이 흘러 나이 드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오늘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잊고 사는 것이 두렵다. 열정과 두근거림이 가득한 그녀들은 영원한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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